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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jjs님의 서재
  • 하루키 레시피
  • 차유진
  • 12,420원 (10%690)
  • 2014-09-25
  • : 430
당연하겠지만 이 책은 하루키의 팬이 아니라면 불친절한 책이다. 기회가 닿아 읽기는 했지만 나 스스로 골라 읽었을 지는 잘 모르겠다.

작가는 하루키의 굉장한 팬이며 그의 소설이 자신의 세계를 지탱해 주었다고 고백한다. 그 절절한 마음으로 작가는 하루키 작품에 등장하는 장소들을 여행하고 그 음식들을 만들어 먹으며 하루키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들을 묘사한다.

방황하던 청춘의 시기, 성장을 위한 노력, 말할 필요도 없이 소중하고 아름다울 여행의 기록 등 한 사람이 인생이 녹아든 책이기도 하므로 그것만으로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기승전하루키‘니까 아무래도 하루키를 그녀만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감동은 덜하겠지?

나도 분명 2000년대 초반을 하루키의 소설들을과 함께 보냈었다. 잠시지만 동호회에서 활동한 적도 있었고 내가 제일 의지하는 베프는 함께 하루키를 읽고, 오래된 레코드 샵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재즈동호회에서 연인을 만나고 밤새 맥주를 마시며 나와 함께 소설과 시를 이야기 했었다.

그런데 왜....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인지. 책 속에 등장하는 하루키 소설들과, 음식들, 인물들이 너무 낯설어 당황했다. 그 낯설음에 허탈함까지 느끼면서도 어쨌든 나는 ‘하루키 레시피‘를 끝까지 읽었다.

저자는 하루키의 소설에서 상세히 묘사되는 요리 장면, 우연히 방문하게 되는 바(bar)나 레스토랑의 실제 이름들이 인들의 뒤틀린 일상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실로 들여온다고 설명한다.
참 공감되는 설명이다. 종종 소설들을 읽을 때마다 진짜 누군가의 이야기를 작가가 다듬은 건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그 곳에는 내가 가보았던, 혹은 들어 보았던 실제 장소가, 내가 먹어봤을 또는 앞으로 먹어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음식들이 등장한다. 소설이 삶이 될 수는 없지만 삶이 소설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종종 엿보이는 작가의 다채로운 삶도 흥미로웠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뜨겁게 사랑하고 꿈꾸고 이루기 위해 가차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그녀의 열정이 부러웠으며 서글퍼졌다. 오래 머물러 있어 내 엉덩이 모양대로 푹 꺼져버렸을 내 자리가 그려졌기에.

하루키를 좋아했던가? 그랬던 것 같은데.
내가 무언가를 그렇게 열정적으로 좋아하고, 그 에너지를 나에게 쏟아 내것으로 재생산 해 낸 적이 있었던가? 그랬던 것... 도.. 같은데...

하루키의 팬들에겐 즐거운 선물과 따뜻한 위로가 될 것 같은 책.
나처럼 자꾸 잊어가는 사람들에게는...글쎄.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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