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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jjs님의 서재
  • 아무도 아닌
  • 황정은
  • 10,800원 (10%600)
  • 2016-11-30
  • : 7,008
이렇게 서늘하게 와 닿는 시선은 오랜만이었다. 왜 황정은의 팬들이 그녀의 소설을 추천하며 입가를 늘였는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이 책을 읽다보니 그 동안 그냥 읽어버리고 만 책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은 단편 하나씩 하나씩 곱씹어 읽었다. 다 읽어가는게 아쉽다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다면 지나칠까...

흩날리는 꽃잎의 아름다움과 부서지는 햇빛의 따스함을 그저 건너다 볼 뿐인 여자. 그녀의 직장은 반지하 서점이었고 그곳을 떠나서도 실종된 소녀의 이름을 신문에서 뒤적거린다. (양의 미래). 맹금류 서식지의 하류, 그 물가에서 힘들게 들고온 도시락을 먹는 가족들의 모습은 서글프기 그지 없다. (상류엔 맹금류). 소름돋은 팔을 쓸어내리며 봤던 단편 (누가).
슬픔의 무게가 짐작조차 되지 않았던 부부의 이야기- 남편과 아내는 다시 만났을까? 그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갔을까... (누구도 가 본 적 없는).

책의 제목이 된 단편 [명실]에서는- 원작은 ‘아무도 아닌, 명실‘ 이라고 한다- 주인공이 어두운 밤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이 등장한다.

고깃배의 집어등만이 반짝이는 밤바다.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세상을 가르는 유일한 수평선.
그녀의 시선을 섬세하고 고요하게 묘사한 그 장면에서, 삶에도 어둠을 가르는 빛과 같은 지표, 아름다운 그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이는 문장에 나는 왜 그렇게 눈을 뗄 수가 없었던지.

가라앉아 있던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마치 부유물처럼 떠오른다.
참 묵직한 힘이 있는 책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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