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디트와 아르테미시아
가령 2022/06/15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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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아르테미시아
- 메리 D. 개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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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 - 2022-05-10
: 193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1593년 7월 8일 로마에서 태어났다. 화가인 아버지에게 회화를 배웠다. 당시를 생각하면 드문 일이다. 가업을 이어 화가가 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남자에게 국한된 일이기 때문이다. 아르테미시아가 유일한 자녀라는 점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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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시아의 대표작은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다.
유디트는 구약 성서의 인물로 이스라엘을 침략한 아시리아의 적장을 유혹해 목을 벤 여성이다. 유대민족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유디트에 대한 해석은 항상 영웅의 관점을 띠고 있지 않다. 여성은 성녀와 악녀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재단 되는데, 유디트는 그 양면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적장을 해치웠지만 유혹한 인물이기도 하다. 남자를 말과 몸으로 유혹하는 것은 뱀에게 속은 이브 이래로 서양 사회에서 여성에게 씌운 부정적인 이미지이다.
중세 기독교는 유디트의 업적을 드높이기 위해 일부러 성녀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반면 클림트의 그림 속 유디트는 반쯤 벌어진 입과 몽롱한 눈으로 화폭 밖의 관람자를 유혹하는 팜므파탈의 모습이다. 아르테미시아는 그 어떤 측면도 숨기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디트와 그의 하녀가 능동적으로 적장을 제압하는 모습을 담는다.
그동안 그림 속의 여성은 남성들의 시각에 의해 재구성되었다. 그리는 사람도, 구매하는 사람도 남자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수산나가 두 장로들에게 강간을 당한다는 구약외경의 이야기가 있다. 남성 화가는 수산나를 에로틱하게 표현하여 구매자 남성들의 성적 환상을 충족한다면, 아르테미시아의 수산나는 강간하려는 자들에게 강한 저항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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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시아가 페미니스트였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 말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사회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는 여성이 느끼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고, 주체적이었다. 남성들의 시선으로 제단되고 납작해진 여성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화폭에 담는 화가였다. 여성은 성녀와 악녀 둘로 나뉠 만큼 단순하지 않다. 400여 년이 지난 지금 아르테미시아의 이름이 여전히 불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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