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사랑"에 대해 다루고 있으면서도 꽤나 건조한 느낌이다.
물론 부분부분 나타나는 작가의 재치와 유머가 글을 읽다가 씨익 웃음을 짓게 만드는 구석이 있지만,
(; 예를 들자면, 클로이와 말다툼하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이라든지 이별 후 우울한 기분으로 홀로 찾은 모텔 옆방에서 들려오는 남녀의 사랑행위에 대한 화자의 직설적인 적대 반응 등)
번역과정에서 나오는 문제인지 원작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론 글이 팍팍하단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마치 재미있게 쓰인 철학 개론서를 읽는 기분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원제목인 Essays in Love와는 달리 "왜"라는 제목을 붙인 것은 매우 적절했단 생각이다.
화자와 클로이의 만남에서 헤어짐에 이르기까지...
"의식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한 호흡에 읽어내려가는 것은 독서량이 부족한 나로서는 조금 힘들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읽기를 멈추고 나의 경험을 되새기다보니 더욱 그랬다.
그러나, 국적도 각 개개인의 경험도 다를 수 있는, "사랑"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은 돋보인다.
(; 정확히는, "사랑"자체보다도 "사랑을 하고 있는 상태"에 대한 것이 더 맞는 말이겠다.)
지난 시간 몰랐던 나의 마음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그렇게 이 책은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을 나름의 방법으로 위로해준다.
특히, 이별의 고통으로 자살을 택하는 것이나 이별의 고통으로 "사랑무용론"에 빠지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잘 알려주고 있다.
이미지가 발달한 시대에 문자가, 글이,
특히 문학적인 글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음은,
이런 "공감"을 줄 수 있는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 책은 현재 사랑을 하고 있거나 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유효하다.
더불어 부분부분 서양철학에서 논의되는 것들에 대한 개론적인 이야기도 맛볼 수 있으니
철학에 관심은 갖고 있으나 본격적으로 공부할 용기는 안날 때, 부담없이 읽어보아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책을 덮은 후 조금 아쉬운 것이 있었다면,
전반적으로 남녀구분없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야기가 남성화자의 생각만을 통해 진행되기에
같은 사건에 대한 상대여성인 클로이의 생각도 알아보고 싶었다는 점이다.
몰랐던 내 마음에 대한 공감은 할 수 있었지만,
몰랐던 네 마음은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