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료함 - 탁민 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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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정의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 접근이 있다. 하나는 그 자체를 정의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것의 반대편을 정의하는 것이다. 403p
‘1% 리더들만의 사람을 이끄는 기술’이라는 부제에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창업이니, 마케팅이니 성공이니 하는 단어들은 당장의 나에게 필요한 용어들은 아니지만 적어도 무언가(어딘가, 언제인가) ‘이끌어’ 나가는 입장이라면 ‘리더’라는 단어에 끌리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이끌어’가는 것은 무엇일까? 오래전 어느 독서모임에서 ‘자기 경영’이라는 키워드로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나라는 기업을 스스로 경영한다는 주제였다. 기억하기로 그 모임에서 처음으로 ‘책벗뜰’이라는 공간을 구상했고(실제 이름도 그날 정했었다)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생의 주기를 대대적으로 구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도움이 되었다.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사고방식이었고, ‘경영’이라는 것이 꼭 이윤을 목적으로 한 비즈니스가 아니어도 어디서나 필요한 마인드라는 걸 어렴풋하게 배울 수 있었다. 이 책 ‘명료함’ 또한 기업의 오너나 프로젝트의 리더가 아니라 해도 지금 나의 삶에서 명료해져야 하는 것들을 간추려 낼 수 있어 도움 되었다.
열역학의 제2법칙, 엔트로피의 증가 법칙은 ‘에너지가 있는 모든 물질은 자연 상태에서 무질서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원리다. (57p) 말 그대로 우주의 질서가 무질서, 즉 혼란스러운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것. 해서 누군가 혹은 무언가 ‘개입’하지 않으면 질서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때 필요한 건 바로 ‘기준’, 그 기준에 대한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
리더라 해서 소규모의 그룹을 실제 운영하기도 하고, 또 패널로 자잘한 모임 여럿에 몸을 담고 있다. 리더의 색채에 따라 모임의 결이나 온도가 묘하게 다르고, 리더보다는 패널 한두 사람의 에너지가 좋아 꾸준히 참여하게 되는 모임도 있다. 그때, 리더의 자질 또는 역량은 비단 ‘저스트 느낌’으로만 판가름되지는 않는다. 리더가 가진 가치와 추구하는 방향이 정확하게 드러날 때 패널로서의 참여 의지 또한 덩달아 높아지는 것이다.
정확한 가치와 구체적 지향성을 수시로 언급하며 구성원들이 지향해야 할 목적에 더욱더 명료한 기준이 필요하다. 책을 읽는 내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한 공유 공간, 지역 사랑방으로서의 자리매김에 책벗뜰이 실패한 요인이 무엇인지, 좀 더 선명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리더인 나조차 책벗뜰의 정체성이 모호했고, 단순한 온정에 기대어 큰 노력 없이도 알아서 나아갈 거라 무지하고 또 안일했다. 이유를 톺자면 한 둘이 아니겠지만 명징한 이유는 바로 나의 안일함이었다.
책벗뜰을 정의하려면 여전히 머뭇거려지지만 ‘그것의 반대’를 정의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것의 반대, 즉 책벗뜰은 ‘나 혼자 즐겁자고 만든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함으로써 원래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질서가 사라지고, 어질러진 공간의 한 가운데 덩그러니 남아 한동안 방황했다. (아니,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이제야 뒤늦게 우주의 섭리를 거슬러 나의 애정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해 누구보다 나 스스로에게 둘도 없을 소중한 공간으로 만들어가 보기로 마음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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