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다는 말의 덫
#도서지원
안전의 대가 / 체이스 자비스
제주 여행 중이다. 1년에 두세 번은 아이와 둘이서 제주에 머문다. 9개월 만에 찾은 제주는 이제 막 봄이 시작되어 병아리 솜털 같은 햇살이 공기 중에 둥둥 떠나닌다.
언제부턴가, 제주를 여행지라고는 이야기하지만 실상 제주에서는 여행보다는 휴식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휴식이라고 말하기도 뭣한, 정말이지 노잼에 가까운 시간들로 제주에 머문다. 그렇다 보니 일정을 따로 계획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그런 무계획이 계획인 제주의 시간을 나는 고대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문장 몇 개만 넣으면 꽤 세세한 일정을 짜주는 챗 지피티도 있고, 공항에만 가도 여행지 팸플릿이 즐비하지만 어디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책을 읽다가 내일은 여길 갈까? 택시를 타고 지나가다가 이따가 밥은 저기서 먹을까? 어디선가 풍겨오는 바다 냄새에 창을 열고 코 속에 흠뻑 바다 냄새를 머금고는 핸들을 돌려 해안기로 들어서는 시간들.
그래서 여행을 다녀온 후 사람들이 “재미있었어?”라고 물으면 잠시 말문이 막힌다. 단언코 그 시간이 ‘재미’ 있지는 않았으니까. 더 솔직히 말하면 반대에 가까우니까. 하지만 내 삶에서 이 노잼의 시간은 평소의 재미있는 일상을 더더욱 공고하고 또 촘촘하게 일으켜 세워준다.
책 이야기가 늦었다. 이 책은 ‘안전’이라는 선택과 계획을 앞세워 실패와 거절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용기를 주는 책이다. ‘용기’라고 해서 뭐 대단한 실천이나 행동을 말하는 건 아니다. 돌이켜 보니 나의 삶도 회피와 방관에 가까웠지 실패를 정면으로 맞닥뜨려 본 경험이 크지 않다는 걸 인지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제대로 된 실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일었다. 그 생각을 머릿속으로 떠올리자 하고 싶은 일들이 주르르 줄을 선다. 계획하지 않음으로 더욱더 의미 있는 제주에서의 시간처럼. 6일간의 여행이 돈이 아까울 만큼 무용했다 할지라도 그것에서 배울 것을 찾을 수 있는 강단 있는 내가 되었으면.
인생은 짧으니 시간 낭비하지 말고 잘 판단해 제대로 해보라는 말이 가진 잔인함을 마흔 중반이 되어 뼈 때리는 조언으로 재해석해 본다. 인생이 짧다 말한 이들이 원하던 것이 무엇인지를 한 번 더 곱씹어 보며, 길고 긴 나의 인생에서 한 번 더 실패하고, 한 번 더 좌절하고, 한 번 더 시도하는 삶으로 조금씩 방향 키를 돌려 보기로 한다.
어릴 적 내가, 그렇게나 원해 마지않았던 삶.
나는 조금 더 써야 할 것 같다. 조금 더 깨지고 해체되어 내 안의 모든 낱알의 껍질이 다 까질 때까지, 부서지고 으깨지며 계속해서 써야 할 것 같다. 올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추천한다. 다 읽은 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그대의 마음에서 가장 오래 머문 ‘놀이’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opendoorbooks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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