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음을 넘어 앎으로
#도서지원
모든 새를 보았다고 믿은 남자 / 켄 코프먼
어떤 대상을 좋아하게 되면 그저, 좋아하는 것으로 끝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이 여태 내가 살아온 방식이었고 그것이 어떤 문제나 불편함을 야기하지는 않았다. 알아야 할 것이 있다는 사실도, 알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사실도, 그리고 여전히 알 수 없고 앞으로도 알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도 생각해 보지 못한 채 그저, 좋아하는 것으로 무심히 지나쳐 버리기 일쑤였다.
달이 좋아 마냥 하늘을 올려다만 보았다. 심취한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표현할 단어를 골라내어 짤막하나마 한 구절 글만 쓸 줄 알았지 저 달이 어찌 저리 아름다운지, 왜 날마다 모양이 바뀌는지, 저 달은 어떤 것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나는 왜 달을 좋아하는지 따위는 쉽사리 떠올리지 못했다. 과학적 사고가 부재한, 뼈 속까지 문인인 나로서는 그 ‘따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에 가까웠다.
재작년 보랏빛 책을 만나기 전에는 말이다.
그렇다. 보랏빛 책은 당시 화제에 올랐던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이다. 태어나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어떤 심해의 저 밑바닥을 툭 건드려준 느낌이었다. 이후 조금씩 하나의 대상과 가까워지려는 나름대로의 애씀이 독서에서도 장을 넓혀갔다. 작년 <빛을 먹는 존재들>로 식물의 고귀함(이라 해석해 본다)을 배웠다면 이 책 <모든 새를 보았다는 믿은 남자>를 통해 그간 봐온 조류들에게 한 번 더 눈길과 마음 길을 내줘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책은 ‘존 제임스 오듀본’이라는 미국의 대표 조류학자의 업적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조류학 뿐 아니라 식물학 동물학 모두 마찬가지 겠지만 처음 종을 발견하고 연구한 업적은 후대에도 길이 남을 가문의 영광이다. 특히 조류는 당시 대륙 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또 그렇다 해도 조류의 모습을 남길 방법이 다양하지 않았기에 오듀본처럼 탁월한 세밀 화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탐험 거리였다. 실제 보지도 않은 새를 그럴싸하게 그려내어 종을 새로이 분류하고, 자신만의 이름을 붙여 세상에 알리고, 압도적 예술 작품 같은 그림을 통해 대중이나 평단에서 자신만의 고고한 입지를 굳혀갔다.
이제 와 그의 업적들은 재고 되기에 충분하지만 그때만 해도 이미 만들어진 가설을 해부하거나 와해시킨다는 건 불필요한 일들이었다. 그것에 저자는 오랜 시간 그를 연구하며 낱낱이 오듀본의 오류를 정정하고 있다. 한 인물이 남긴 업적의 오류를 정정하는 일이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띠나 잠시 고민해 본다. 인간이라는 종족의 속성과 본성이 하나의 세계, 그것도 광활한 자연의 일부를 임의로 재편집하고 명명함으로 해서 그 세계가 어떻게 산산이 부서져 가는지를, 또 무심하기 이를 데 없이 뒤바뀌어 버리는지를 450여 페이지를 읽는 동안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좋아하는 것을 바라보는 일은 단순한 좋음을 넘어 앎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금의 나에게 어쩌면 내가 누구인지를 찾는 일보다 조금 더 유의미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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