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어떤 카페의 엔딩
옥대장 2026/01/19 15:17
옥대장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어떤 카페의 엔딩
- 박상현
- 15,300원 (10%↓
850) - 2025-08-20
: 89
나의 엔딩
#도서협찬
달리기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깟 달리기가 뭐라고. 인생이 바뀌고, 삶이 달라지냐 믿지 못하겠지만 이제 와 이것에 대한 소회를 나열할 수 있는 책을 만나 핑계 삼아 이야기해보려 한다. 몇 해 전부터 징크스처럼 매년 여름이면 한 풀이 꺾인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꺾일 풀이 드셌던 것도 아닌데 희안하게도 그맘때가 되면 땅 밑으로 온몸이 스며든다. 형태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으깨지고 나서야 비로소 정신이 드는. 그 가을의 끝자락에서 달리기를 만났다.
기억하는 가장 어린 나이부터 달리기를 하기 직전까지 나는 무척이나 피로한 삶을 살았다. 어떻게로든 진심을 보여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사람들의 인정을 애정으로 착각해 그것을 받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감정의 너울을 피할 도리 없이 온몸으로 맞섰지만 매번 나자빠지기를 밥 먹듯, 아무도 곁에 없어 내가 그리도 흔들린다고 생각했고, 세상천지 기댈 곳 없는 삶이 초라하고 서러웠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정작 치인 건 마음이었는데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운동을 시작했다. 안 해 본 거, 남들은 다 하는데 나는 못 해본 거, 그래 그거 하자. 달리기를 시작하고부터는 달리기만 한 게 아니었다. 역동하는 몸은 비단 운동만을 위한 움직임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 몸을 벗어나지 못하는 완벽하리만치 적확한 나를 비로소 마주하게 해주었다. 그 어떤 책 속에서도 만나지 못한 통찰이었다. 그간 내가 맞서고 있었던 건 세상과 타인이 아니라 나와 내 마음이었다는 생각에 자꾸만 눈물이 솟았다. 외롭고 초라한 작은 아이와 적을 치고 그렇게 대립하며 이겨먹으려 했으니 그 아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책벗뜰을 비롯, 내가 하는 일이 나를 보여주는 일이라 생각했다. 되도록 진심으로 사람과 삶을 대하려 했지만 정작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나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진심 속에 숨긴 후지고 지질한 내가 자꾸만 나를 불러 세웠다. 후지고 지질한 모습으로도 타당한 애정을 받고 싶었다. 정작 그런 내 모습을 마주하고도 이전과 같은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는 없었고, 결국은 내가 무언가를 내주어야지만 눈과 손과 몸을 돌려세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상처받고 또 아파했다.
이 책 문구의 ‘엔딩’에 한참 눈과 마음이 멈췄다. 나의 달리기가 무수한 시작점을 만날 수 있었던 건 그것이 결국은 끝이 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책벗뜰은 또 하나의 나라 쉽사리 그것을 부숴버릴 수는 없었지만 사실은 알고 있다. 그 또한 결국 끝이 날 것이라는 것을.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내 몸을 온전히 이해하게 된 것처럼, 책벗뜰을 하면서 나라는 인간의 본성과 정체성을 온몸으로 만날 수 있었다.
어디서든 달릴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할 자신이 있고, 어디든 내가 앉아 있는 공간은 또 하나의 책벗뜰이 될 수 있다는 걸 이제야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것은 온전히 나를 만날 수 있었던 달리기가 없었다면, 또 하나의 나로 대변되는 책벗뜰을 열지 않았더라면 결코 알 수 없었을, 어쩌면 내 생애 가장 의미 있는 해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쓴다. 나 역시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사람과, 그 사람이 만들고 꾸려나가는 공간, 또 그 공간과 관련된 또 다른 사람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우린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떤 실패는 무언가의 사라짐이 아니라 또 하나의 태어남이라고. 그래서 뭔가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면 잃어버린 그것의 본질을 이미 가져본 것이라 스스로를 경애하길 바란다. 그리고 다시 한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그때에도 지금처럼 응당 실패할 것을 마땅히 받아들이고 시작해 보길 바란다. 그 끝은 다시 실패가 아닌 또 하나의 경험으로 남을 것이니.
@nousandmind
#어떤카페의엔딩 #박상현 #마음연결 #창업 #공간 #카페 #에세이 #에피토미 #책벗뜰 #책사이애09
북플에서 작성한 글은 북플 및 PC서재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