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그 바다의 마지막 새
옥대장 2025/11/26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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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바다의 마지막 새
- 시빌 그랭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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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95
#도서지원 #서평단
@openbooks21
그건 사랑도 아니고 우정도 아니었다. 공모나 묵계는 더더욱 아니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문득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63
최근 읽은 책이 하나의 궤로 엮인다. 책임감. 인문학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 <야간비행>에서 리비에르라는 인물의 투철한 사명감은 주어지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벨아벨 독서모임 리더 북클럽에서 함께 읽은 책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유일하게 눈이 보였던 의사 아내가 병동에서 보인 이타적 행위에 대해 어떠한 책임감과 당위로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책 <그 바다의 마지막 새>를 마지막으로 내 안에 무언가를 책임진다는 것에 대해 꽤나 진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도도새라고 해서, 아이가 네다섯 살 때 우연히 들여다본 바바파파 그림책으로 처음 만났다. 그전에는 도도새라는 존재에 무지했고, 사실 ‘멸종’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림책 속에서 도도새를 뱃사람들이 잡아먹어 종이 사라졌다는 내용이 있어 그 새의 모습이 명징하게 머릿속에 남았더랬다.
이 책에서도 처음 큰바다쇠오리를 잡아먹는 뱃사람이 나오고, 이렇게 맛있는 고기를 왜 잡아먹으면 안 되냐 되묻는 지점에서 마음이 꿈틀댔다. 오직 ‘맛있음’을 위해 하나의 종을 멸절해도 되는 것인가? 그럼 내가 지금 먹고 있는 여러 식재료들은 어떠한 과정으로 나의 식탁에 오른 것이며 혹여나 나의 위장을 채우기 위해 아름다운 생명체가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있는 건 아닌가 노파심이 일었다.
무엇이든 이 땅에 있는 걸 싫어하진 않아요. 나한테 무언가를 싫어할 시간이 있겠어요? 72
이 땅에 있는 것들을 떠올려본다. 지금은 내 곁에 있지만 언제고 사라질 수 있는 것들과, 내 곁에 있었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것들도 떠올려본다.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유해하다는 누명을 쓰고 실제 몰살을 당하고 있는 비둘기나 길고양이도 떠올려본다. 유해하다고 해서 멸절시켜도 되나? 누구에게 유해하다는 것인가? 자꾸만 꼬리를 물고 질문이 이어진다. 하나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고심해 본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동물의 한 종류가 아주 없어지는 일은 생기지 않아라고 생각했다. 지구는 풍요 그 자체야. 127
소설을 읽으며 새삼, 내가 이런 결의 소설을 참 좋아하는구나 깨닫게 되었다. 과학적 사실과 저자의 견해를 소설이라는 장르를 입혀 하나의 온전한 ‘이야기’로 만들어내니 단순한 사실적 정보들이 더욱이 진하게 다가온다.
그가 마주하고 있는 존재는 지상에서 가장 외로운 동물이었다. 같은 부류가 없는 동물, 귀스와 엘린보르의 집에 사는 자기네 종의 유일한 동물, 자기 주위에 사람들과 공통의 언어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동물, 이제 큰바다쇠오리라 할 수도 없게 되어 버린 동물, 한낱 대용품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동물, 148
멸절의 이유가 순리이지 않았고, 지금 우리가 영위하는 지구에서 마지막을 온전한 존재로 불리는 많은 존재들에게 같은 마음으로 사과를 전해본다. 내가 질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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