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위한 독서 모임 - 김민영
읽고 생각하고 말하는 나의 첫 번째 연습실 (부제)
지역 작은 도서관에서 소소하게, 또 고집스럽게 운영하는 강의(책생활)가 있습니다. 육아독서회(성인) 강사라는 이유로 강의 제안이 왔을 때만해도 그저 ‘강의’ 자체만 떠올렸는데요. 4년차가 되니 알겠더라고요. ‘강의’는 그저 나의 생각을 전달하는 방식 일뿐, 그 시간은 결국 나에게 책으로 사람을 잇는 ‘만남’의 자리라는 것을요.
참여자들과 2시간을 꽉 채워 이야기를 나눕니다. 물론, 준비해 간 자료로 더 많은 말을 하는 건 제가 맞고요. 제 강의 특징이라면 마지막 20여분은 꼭 질문하기의 시간을 갖는다는 거예요. 제 강의 내용으로 질문을 해달라는 건 아니고요. 고민과 궁금증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게 의의입니다. 기다렸다는 듯 이런 저런 질문이 이어지고, 강의 시간이 1시간씩 오버되는 일도 잦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아쉽게 일어서면 저에게 다가와 말씀하세요. “강사님, 독서회는 어디에서 하나요?” 저의 연락처를 묻는다거나, 강의 내용과 이어지는 질문이 아니라 제가 운영하는 독서회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견인거지요.
독서모임(독서회)을 시작한 지 만 5년이 넘었어요. 정확하게는 64개월입니다. 단순하게 직업으로만 일은 한 건 아니고요. 경력과 능력을 만들어가기 위해 한 것도 아닙니다. 돈도 안되는 거 왜 그렇게 목숨걸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남편에게 늘 핀잔을 듣기도 했고요. 기절하다시피 늘어진 아이를 동네 소아과 허름한 침대에 눕혀 놓고 나오며 간호사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습니다. 다녀오는 동안 아이를 좀 봐달라 읍소하는 거지요. 독서회가 뭐라고. 그게 뭐라고.
그런데 말입니다. (어? 이거슨!) 그 시간들이 쌓이고 또 지나온 덕분에 제가 어엿한 독모‘참여자’가 된 것 같아요. 그냥 물흐르듯, 편안하고 또 자연스럽게 지나왔다면 글쎄요. 이 행위의 가치를 크게 못 느꼈을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즐겨 읽었고, 또 문헌정보학을 공부했고 도서관에서 근무를 해본 경험이나 책 자체(출판사, 작가, 순위, 전작등등)에 대한 관심사가 이 일에 굉장히 큰 시너지를 냈습니다. 그럼에도 매순간 어려웠던 건 바로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었지요. 사람, 그 사람은 저와 같지 않고 또 같지 않기에 의미 있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가 바로 독서모임인거지요.
그 속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 20년차 독서모임 운영자로서 할 말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이 책은 마땅히 알고 있고, 알아야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만 한건 아닙니다. 그 속에 존재하는 진행자와 참여자를 더욱이 진하게 들여다 볼 수 있어서 무척 좋았습니다.
무엇이든 그러하지요. 책이나 활자로 그것들을 모두 다 알기는 어려운 법, 지금 바로 참여해 보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누구를 위해? 바로, 자신을 위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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