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
옥대장 2025/11/0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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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
- 홍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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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 - 홍성수
@across_book
이따금, “예전보다 그래도 많이 좋아진 거 아닌가요? 요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어딨어요?”라는 독서모임 참여자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그분과 내가 사는 세상이 같은 세상이 맞나 의문이 든다.
이래서 한국은 안된다, 따위의 말로 수렴하자는 것이 아니다. 예전보다 좋아졌다는 걸 마치 그 문제가 해결된 일인 양 받아들이는 그런 태도와 입장이 실상 더 큰 문제라고 늘 생각해왔다. 아, 이게 왜 이렇게 안 바뀌나 했더니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 거구나.
비난할 의도는 없지만 두어 번 더 말이 오고 가면 분위기는 싸해진다. 여전히 누군가는 고통을 받고 있고, 곧 고통을 받을 예정이고, 앞으로도 계속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인가? 공동의 부채가 되는 것을 염려하는 것 아닐까? 나는 차별받지 않는다는 안도가 필요한 것인가?
그래서 저자와 같은 뜻을 가진 분들은 법으로 제정하기 위해 애를 쓴다. 차별. ‘사랑’만큼이나 설명하기 어려운 관념이자 언어이다. 차별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일에 앞서 그것을 왜 논해야 하는지부터 시작해야 하는. 정말이지 복잡하고 지난한 문제이다. 그래서 자꾸 ‘여전히’와 ‘나중에’로 쉽게 뭉개진다.
책 속 ‘노란 티셔츠’로 설명된 차별이 인상적이다. 그럼 노란 옷을 안 입으면 되잖아요!(노란 옷을 입으면 치킨집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해결 방법이다. 그럼 파란 옷을 입으면 되지 뭐가 문제야.
뭐가 문제야, 에서부 터 이미 문제가 시작된다. 옷 따위야 무슨 소용이랴, 치킨 말고도 먹을 건 많다! 하지만 왜 노란 옷은 입장이 안되는지에 대한 입장이 바로 차별을 대하는 자세가 된다. (노키즈존이라니. 담배 냄새나는 45세 이상 남성은 출입 금지, 어떻게 생각하나들? 목소리 톤이 높은 55세 이상 파마머리 여성 출입 금지, 이건 또 어떤가? 그냥 그 카페를 안 가면 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내가 가진 옷이 단 한 벌 밖에 없다면, 또 내가 갈 수 있는 음식점이 치킨집밖에 없다면 이 문제는 단순한 기호나 선택의 문제가 될 수 없다.
차별은 ’생존‘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그것을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다.
대형마트 매장 출입구 앞 여성 배려 주차구역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은 (아, 비난은 삼가 달라. 내가 충분히 비난하고 있으니!) 늦은 밤 컴컴한 주차장 구석 자리에 차를 댄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핑크색 자리 한 칸에 인상을 쓰며 그럼 그 주차장을 안 가면 되잖아!,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이용하면 되잖아! cctv를 설치하면 되잖아!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완벽한 차별주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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