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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ock2702의 서재
  • 부모의 질문력
  • 김종원
  • 18,000원 (10%1,000)
  • 2025-02-19
  • : 5,510
부모의 질문력 - 김종원

”엄마, 내가 말하기 어려울 때 글로 쓰잖아. 그런데 글로 쓰는 게 좋은 거야, 말로 하는 게 좋은 거야?“

언제부턴지 모르겠다. 조그만 아이였을 때부터 편지 형식의 짤막한 메모를 건네는 것으로 자신이 미처 다하지 못한 말을 건네곤 했다. 돌이켜 보니 대부분 부정적인 감정이었고, 불편과 불쾌를 표현하는 것보다는 그러해서 자신이 곤란하고 슬프다는 이유가 주였다. 반대로 기뻐할 일이나 축하할 일, 낮은 자리에서 올려다보는 엄마가 유난히 힘이 들어 보이거나 슬퍼 보일 때에도 늘 웃어! 내가 있잖아! 따위의 앙증맞은 말들을 포도송이처럼 매달아 나에게 전하고는 했다.

그것에 특별히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의 소통 방식이겠거니, 좀 더 편안한 방법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어제, 집으로 친구를 초대해 함께 놀다가 둘 사이에 자그마한 트러블이 생겼다. 그것을 와해하는 과정에서 내가 건넨 몇 가지 질문에 아이는 대답 대신 글을 쓰는 것으로 자신이 하려는 말을 전달했다. 순간,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그런 아이와의 소통 방식은 아이와 나, 그러니까 우리 둘 사이기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소통 방식이었지, 친구나 다른 사람과도 그런 식으로 소통을 하는 것이라면 시선이 조금 달라진다.

말로 할 수 없는 말은 어떤 것들이 있나? 아이는 왜 뱉어내면 그만일 쉬운 말들을 부러 종이와 펜을 찾아와 쓰는 것인가? 그것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말로 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이며 글로 쓰는 수고를 왜 마다하지 않는 것인가? 따위의 질문이 계속해서 밀려 나왔다. 친구를 앞에 두고 종이에 적은 아이의 문구 마지막엔,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나도 미안하게 생각해.‘였다.

친구가 집으로 돌아가고 늦은 저녁 함께 샤워를 하다가 아이가 대뜸 묻는다. 어떤 게 더 좋은 거냐고. ”좋고 나쁜 건 없어. 뭐든지. 사람 저마다 소통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고 누구나 자신이 편안한 방법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거야. 네 마음을 전달하는 것에 무엇이 더 편안한지의 문제지 좋고 나쁨은 전연 상관없는 일이야.“ 아이는 한참 샤워기 앞에 서서는 골몰한다. 그걸로 끝이 나도 괜찮은 대화였지만 꼰대 마인드가 거기서 번져 나온다. ”그런데, 왜 말이 아닌 글이 더 편안한지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해. 말로 전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말이 말보다 글이 편안한지. 그런 것들을 엄마한테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시간을 두고 계속 생각해 보길 바라.“

이 책 《부모의 질문력》을 읽는 내내 나와 아이를 끊임없이 떠올렸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어떤 대화에 정성을 들이고 또 가볍게 주고받는지, 열 살이 된 아이에게 내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어떤 의도와 의미로 전달될는지, 아이가 하는 말을 나는 얼마큼 또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따위를 오랫동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만 해도 ’질문‘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한 번 더 읽은 지금은 지난 10년간 아이와 내가 소통했던 방식을 전방위로 떠올려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 책은 책으로서의 쓸모를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양육이나 육아 방식이 아니다. 조금 전 아이와 나눴던 대화 하나에도 무수한 사유가 갈라지는 엄청난 경험이다.

소개된 질문이 상상 이상이다. 아이와 이런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는 아마도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관계이지 않을까 싶을 만큼 의도와 의미가 아름다운 질문이었다. 아이와 이따금 실제로 주고받은 질문도 여럿 있었고,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질문을 만날 때는 심장이 벌렁거릴 정도로 흥분되기도 했다. 100번째 질문의 마지막은 ’우리는 왜 웃어야 할까‘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맞은편에 앉은 아이에게 곧바로 질문을 던져 보았다. ”지아야, 우리는 왜 웃어야 할까?“ 아이는 1~2초 고민하고는 대답한다. ”나는 웃을 때마다 나쁜 기억들이 사라져. 음, 그리고 마음이 편안해져.“ 아이의 대답을 들으며 떠올리기를, 지금 이 친구와 나는 서로에게 건네는 말이 가진 힘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구나 하는 안도가 번져온다. 앞선 리뷰에서도 강조했듯 이 책은 무조건 1독을 강력 추천한다!

@dasa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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