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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ock2702의 서재
  • 금지된 일기장
  • 알바 데 세스페데스
  • 16,200원 (10%900)
  • 2025-01-06
  • : 12,545
한길사 독서모임 지원 책벗뜰 오열 독서모임 (2월 게릴라 독모)

일기를 쓸 용기

금지된 일기장 - 알바 데 세스페데스

뭘 이렇게까지 숨기려 드나. 일기, 그깟 게 뭐라고 이 여자는 이렇게까지 전전긍긍하는 것인가. 그냥 검은색 노트일 뿐인데 말이다.

판매가 ‘금지’된 노트를 결국 손에 쥐게 된 그녀의 삶은 전과 후가 포춘 쿠키처럼 쪼개졌다. 속에 숨겨진 종이 쪼가리에는 어떤 메시지가 들어앉았을까?

결혼 후 그녀는 맞닥뜨린 삶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그저 나의 엄마가 그랬듯, 가까운 그녀들이 그렇듯 역할에 자신을 끼워 맞춰 넣고는 불필요한 간섭과 수고, 거대한 피로감을 마땅한 헌신과 희생으로 덧칠해 스스로를 ‘온전’하게 만든다.

온전하다 믿었던 스스로가, 그 세계가 일기장을 산 뒤로 차츰차츰 불온전하다는 걸 깨우쳐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그래 소설이다.

일기의 형식의 띤 작품을 마주할 때면 으레 독자인 나의 삶이 자꾸만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외따로 그 삶과 나의 삶을 분리하지 못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나의 이야기에서도 내가 주인공이었다는 명백한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독자가 아닌 화자가 되어 어떤 시절을 지나가게 된다.

인에이블러의 전형인 그녀의 이야기를 좇다 보면 그녀가 살았던 시절이 자그마치 70년 전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바로 어제 이야기라 해도 전연 이상할 게 없는 평범하고도 하찮은 저마다의 세계 속 여자들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린다.

그래서 그녀의 일기를 다 읽고 난 소감이 어땠냐고?

우린 결코 자신을 알 수 없고, 오히려 모르기 때문에 별 볼일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만의 세계에 갇힌 모습이 안쓰러운 마음도 잠시였다. 어쩌면 지금의 나 또한, 어느새 마흔다섯이나 된 ‘늙은’ 나 또한 그녀와 같은 삶을 살고 있지는 않나, 결코 그렇게 않다 세차게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했던, 어쩌면 나라서 더 잘 안다고 생각했던 딸아이가 어느 순간 뿌연 유리창 밖에 서 있을 것이고, 사랑한다는 말을 남편에게 건네며 그 말속에서 안도하는 스스로를 발견케 될 것이다. 어디에서도 나의 것, 내가 소유한 것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고, 손 닿을 수 있었던 가족들에게 더 이상 나의 닿음이 유용하지 않다는 사실을 비참하게 마주하게 되리라.

그래서 그런 생각이 두렵냐고? 그럴 리가. 그게 수순이고 숙명인데 두려울 리가 있나. 2025년, 45살의 나는 그녀처럼 ‘금지’된 검은색 노트를 살 용기도 없다. 조금만 용기를 내면 나도 포춘 쿠키를 받을 수 있을까? 내 포춘 쿠키 속에는 어떤 메시지가 들었을까? 궁금하지만 글쎄다. 나는 일기장을, 그것도 금지된 일기장을 써나갈 자신이 없다. 그나마의 그녀 이야기 속에서 잠시 안위했다. 그걸로 되었다.

@hangil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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