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닉 애덤스 이야기
옥대장 2025/02/14 15:33
옥대장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닉 애덤스 이야기
- 어니스트 헤밍웨이
- 12,960원 (10%↓
720) - 2024-10-25
: 677
문장 사이에 숨은 헤밍웨이
《닉 애덤스 이야기 - 어니스트 헤밍웨이》
오늘 새롭게 시작하는 수필 강좌를 듣게 되었다. 스케줄이 여의치 않아 끝까지 고민하다가 선택한 수업이라 첫 시간부터 마음이 달 떴다. 나이 지긋하고도 뭔가, 풍기는 느낌이 예사롭지 않은 선생님은 최근 큰 수필 대회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고, 수필집 중 한 권이 올해 양산의 책에 선정될 만큼 이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인사다. 수필이라는 학문의 이론을 살짝 엿본 오늘 첫 시간, 가장 인상적인 강의 내용은 ’어떤 단어도 확정하지 말라‘이다.
순간, 단어뿐 아니라 우리가 소설을 접할 때도 동일 작가에게서 기대하는 혹은 기대되는 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진행한 《이중 하나는 거짓말》 독서모임에서 이 책이 실망스러웠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도 김애란인데 힘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이 글을 김애란이 아닌 다른 이가 썼어도 이렇게 유명해졌을까 싶다... 사실 난 그 작품이 너무 좋아서 두 번을 읽으면서도 각각의 지점에서 책을 덮어야 숨이 쉬어질 만큼 진하게 다가온 책이었다. 내가 좋으니 너도 좋아야지는 결코 아니다. 다만, 저자가 응당 가져야 할 작품에 대한 무게와 책임을 어떤 면으로 강요 아닌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헤밍웨이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왜 수필 수업, 김애란을 운운하는지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께 죄송하다. 나는 문학에 문외한이다. 그저 책이 좋아 읽기 시작했고,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재미있어 한 평생 책만 읽었다. 그런 나에게 고전문학은 꽤 어려운 영역이다. 이번에 읽은 《닉 애덤스 이야기》 또한 역자의 친절한 설명이 없었다면 난해했을 작품이다. 작년 이맘때 처음 읽은 《노인과 바다》는 읽는 동안에도 아홉 살 딸아이에게 네가 읽어도 좋을 만큼 흥미롭고 또 재미있는 작품이라 소개했을 정도로 굉장히 몰입감 높게 읽어냈다. 그때 헤밍웨이라는 작가에 대한 이미지가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 일면 내가 선호하는, 또 매력을 느낄법한 작가적 이미지였다.
기대 안고 펼친 이 책은 짧은 1부를 지나 2부로 가자 곧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같은 이름의 주인공인데 앞 단편에서는 전연 다르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책의 앞뒤를 마구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아! 이 책 또한 연작 단편집이구나. 아마 앞서 읽은 《바질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이런 구조의 책을 읽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 하나의 바질로 보기 시작하자 뒤늦게 닉 애덤스의 삶이 조금씩 그려지기 시작했다. 모든 글이 매끄럽거나 또 몰입감이 높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닉이라는 인물을 통해 저자가 하고 싶어 한 말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은 어김없이 떠올릴 수 있었다. 역자의 말에 의하면 닉은 헤밍웨이 본인의 삶이 많이 투영되었다고 한다. 헤밍웨이에 대한 서사가 없는 난 이로써 스스로 생을 마감한, 노벨상을 수상하고도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저 마무리 짓지 않고 생을 마감한 저자의 삶을 어느 정도는 들여다볼 수 있었다.
다시 처음의 수필 수업에서의 ’어떤 단어도 확정하지 말라‘를 저자로 바꿔 읊조려본다. 어떤 작가도 확정하지 말라. 즉 고정된 뜻으로 확정 짓지 않기로 한다. 변화함으로써 존재하는 하나의 진리에 입각에 이 작품을 보면 《노인과 바다》에서 느꼈던 그 거칠고 강인한 그의 이미지가 이 소설들로 인해 다시금 내 안에 재정의된다. 모든 이야기가 그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 또한 진짜를 찾기 위함이 아닌 그것에 기대 이야기하고 싶은 목소리를 듣는 것이니, 문장 속에 꼭꼭 숨겨놓은 그의 비밀 아닌 비밀을 찾아보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bitsogul
#도서지원 #빛소굴 #어니스트헤밍웨이 #닉애덤스이야기 #고전문학 #세문전 #밀리 #밀리의서재 #이북 #독서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동네서점 #책 #세계문학전집 #책벗뜰 #책사애 #양산독서모임
북플에서 작성한 글은 북플 및 PC서재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