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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ock2702의 서재
  • 인생이 시답지 않아서
  • 유영만
  • 17,820원 (10%990)
  • 2025-01-17
  • : 1,795
시답게 사는 삶,
인생이 시답지 않아서 - 유영만

글을 쓴다 말하고 다닌 지도 어느덧 20여 년이 흘렀다. 지금도 이 말을 쓸까 말까 고민하며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는 중이다. 세상 민망하고 또 맹랑한 말이다. 글을 쓴다고? 무슨 글? 내가 글을 쓴다고 말하면 대부분 이어지는 말이 대동소이하다. 어떤 글을 쓰냐와 작가냐는 물음이다.

어떤 글을 쓰는지 궁금한 건 자연스러운 추가 질문이라고 치자, 작가냐는 질문에는 좀 더 많은 의미가 들어가 있다.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 글을 써서 생산활동을 하는 사람, 글을 써야 할 이유가 명백한 사람. 그런 사람을 우리는 작가라 한다. 그런 의미로 나는 작가냐는 상대의 물음에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시집이라 해서 읽고 있는데 어느새 궁금증이 생긴다. 시인이 아닌 사람이 쓴 시를 이렇게 책으로 읽으면 이 저자는 시인인가 아닌가? 책날개에 적힌 저자 소개가 무척 인상적인 책이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발걸음이 향한 벼랑 끝에서 타들어가는 애간장으로 바람결이 내던지는 슬픔의 답안지에 일생을 버티게 만드는 그리움 한 페이지를 남기는 철부지 예술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는 ‘시인이 될 수 없음을 시인 했’고, ‘삶이 시답지 않아도 사람은 시답게 살아야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다 이야기한다.

궁금한 분들을 위해 한 마디 더 붙이자면 저자의 직업은 교육공학과 교수이다. 100여권의 책을 출간하셨다는 저자는 <언어를 디자인하라>라는 책으로 이미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수식어를 갖고 계신 분이다. 그런 저자가 쓴 시는 어땠냐고?

재미있다!

‘언어유희’라 해서 말놀이라고 쉽게 이해하면 되는 용어가 있다. 말장난이라기엔 너무 가볍고, ‘말이나 동음이의어를 해학적으로 사용하는 표현 방법’이라 정의 내려본다. 조금 전 책날개의 소개 글에서도 느꼈듯 ‘슬픔의 답안지’나 ‘그리움 한 페이지’와 같이 하려는 말의 의미를 전달하는 표현에서 시적(이라고 해도 될는지 모르겠다. 사실 나도 시를 잘 모르기 때문에) 감성을 당겨와 읽는 이로 하여금 어떤 리듬 속에 들어가 단어와 춤출 수 있게 해준다.

세 시간째 한 문장도 못 쓰고
정적이 감도는 백지 위에서
주어를 찾아 헤매다가 목적어를 먼저 만났지만
아직도 동사를 찾아가는 고행을 끊지 못하고
언어 구름 속에서 끝없는 방황을 거듭하는
당신의 글짓기 여정은 언제 끝날 수 있을까요? 81

귀가 즐거워하는 음악과
눈이 즐거워하는 그림 사이에서
가슴은 알아듣지 못하는
머리가 생각한 한마디를 남깁니다.
마음은 벌써 그리움에 젖은
음악과 그림을 상상하며 바람을 타고 날아가지만
머리는 그 뒤를 열심히 쫓아갑니다. 168

전혀 심각하지 않게 언어가 가진 무게를 묵직하게 표현해 주고, 전혀 가볍지 않게 하려는 말의 의미를 진지한 언어로 이야기하는 시를 보며 저자가 말하는 ‘시답게 사는 삶’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그려진다. 시답게 사는 그는 그럼 시인일까?

@jiinpill21

#도서지원 #유영만 #지식생태학자 #21세기북스 #책사애 #책벗뜰 #책추천 #양산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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