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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ock2702의 서재
  • 페퍼와 나
  •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 17,100원 (10%950)
  • 2024-10-29
  • : 2,350
페퍼와 나 -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육아서 <아이라는 숲>에서 인상적이었던 구절이 기억난다. 상처에 대한 저자의 사유였다. 상처를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라. 그것은 경험의 흔적이다. 상처를 굴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지 가지고 있는 상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면서 이어진 문구들에서 ‘얼굴’과 ‘여자’가 보였다.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 특히 얼굴에 상처가 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유독 ‘여자’에게만 그 흔적이 하나의 결격사유가 되기도 한다.

수년 전 그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기를 상처를 바라보는 각자의 시선이었다. 살아가다 보면 피치 못할 상황과 사고로 크고 작은 상처를 만나게 된다. 그것은 비단 몸의 어느 지점에서의 상흔뿐 아니라 보이지 않아 가늠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도 포함된다. 두 가지가 굉장히 다른 것 같지만 결국 몸과 마음은 하나로 움직이기 마련, 한곳이 아프다 해도 나머지 한곳이 편할 리 만무하다. 이 책 <페퍼와 나>는 그렇게 어느 날 우연히 마주하게 된 상처에 관한 이야기다.

작은 여자아이가 넘어져 무릎에 상처를 입는다. 괴물 같은 딱지는 점점 커지고 딱딱해서 볼 때마다 기분이 안 좋다. 어떻게든 떼어 내고 싶지만 알다시피 그건 시간이 걸려야 하는 일이다. 그렇게 ‘페퍼’라는 이름의 딱지와 동고동락하게 된 소녀. 다른 친구들도 저마다의 딱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소녀는 자기의 페퍼가 제일 큰 것 같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페퍼가 떨어져 나가고 순간 소녀는 뭔가 잃은 것만 같아 마음이 시큰해진다. 어딜 가나 함께였던 페퍼와의 이별이 생각보다 더 슬프게 다가온다.

돌이켜보면 그간 마주했던 상처들이 단 하나의 감정으로만 점철되지는 않는다. 손바닥 중앙에 반달 모양으로 꿰매진 자국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 집 앞에서 처음으로 자전거를 탔다가 넘어지며 유리병을 짚어 찢어졌던 자국이다. 물론 그때의 기억은 무섭고 아팠지만 이제는 그 작은 상처 하나로 11살의 나와 친구가 잡아주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가던 자전거에 몸에 싣고 나뭇잎 같은 바람을 가르던, 그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삽시간에 몸 안에 들어찬다.

나의 작은 아이는 왼손 엄지손가락이 두 개인 상태로 태어났다. 생후 10개월 때 큰 병원에 가서 수술을 했다. 언제고 아이가 자신의 왼손을 내밀며 이 상처가 무어냐 물었다. 준비하지 않은 채로 상황을 맞닥뜨리니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고, 어렸을 때 다친 상처라고만 이야기하고 넘겼다. 하지만 아이는 분명, 흔들리는 엄마의 눈빛을 느꼈을 테고 이후 여러 번 자세하게 이야기 해달라며 그 상처 자국을 내밀었다. 고민 끝에 아이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었다. 모든 사람이 다 5개의 손가락으로 세상에 태어나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그것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면 안 되고 각자의 모습과 모양이 다른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그랬더니 아이가 대뜸 버럭 한다. “왜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잘라냈어? 나만의 특별한 손가락을!”

세상의 상처들은 지워 마땅하다 생각했는데 이제 와 지난 내 삶의 상처들로 말미암아 지금의 내 자리와 시간이 주어진 게 아닌가 싶다. 이 모든 순간들이 감사하고 또 소중하게 다가온다. 나의 작은 아이와 지난날, 딱 내 아이만 할 때의 내가 오늘 하루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겠지. 그래서 글은, 아침에 써야 하나보다.


@birbi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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