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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ock2702의 서재
  • 일어나요, 벤 돌드럼스!
  • 헤더 스미스
  • 13,500원 (10%750)
  • 2024-09-27
  • : 134
일어나요, 벤 돌드럼스! - 해더 스미스/ 바이런 에겐쉴러


힘들어하는 그를 향해 당신이 내민 것은?

이른 새벽녘, 아래층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사위가 어둑해 완연히 아침이라고 보기 어려운 시각, 모두가 고요히 잠든 시각에 아이의 울음소리가 방안을 그득 메운 아래층에서 아이의 엄마는 어떤 마음일까?

아이들이 훌쩍 크니 이전만큼 손이 가지 않는다고 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유난히 여유로워 보였다.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는 나누는데 친구가 말한다. ˝요즘, 좀 그래. 그냥 좀, 뭔가 우울해.˝ 그런 친구는 자신만의 방편으로 끊었던 담배를 피운다고 한다. 모든 식구들이 다 빠져나간 텅 빈 집에 남아 친구가 빼어 문 담배는 과연 어떤 맛일까?

우연찮게 시작한 사업은 생각보다 매웠다. 열불나게 뛰어도 해결되는 건 미비하고 온갖 곳에서 모두 자신만 찾는다고 한다. 회사라는 곳은 여러 사람이 각자의 맡은 소임을 책임감 있게 해 냈을 때 원활하게 돌아가는 곳. 모든 게 서툰 남편은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수척해지고 비대해져갔다. 빛나던 눈빛은 말라갔고, 건강했던 몸은 불필요한 모습으로 비대해져 갔다. 그런 남편에게 무슨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살아가다 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되는 크고 작은 우울함들, 슬픔들, 고뇌들, 아픔들. 나의 슬픔을 포함해 주변인의 슬픔은 일정량 나에게도 전가해오기 마련이다. 이 책 <일어나요, 벤 돌드럼스>에서는 20대 대학생인 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그것을 알게 된 이웃 주민들이 그를 다시 침대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이야기다.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아래층 아기 엄마를 만나면 자동으로 환히 웃으며 잠시 담소를 나눈다. 아기 엄마의 웃음 안에 묶여져 있는 우울함이 보인다. 내가 그것을, 그 시간을 통과해 와서 그것이 보이는 것이 아닌 그 아기 엄마만의 우울함일 것이다. 그 우울함을 덜어내 줄 수는 없지만 ˝너무 잘하고 있으세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정말이지 대단하세요.˝라며 작고 작은 추앙을 보내드린다.

담배를 피운다는 친구에게 어떤 것을 하더라도 죄책감을 갖지 말라는 조언을 놓치지 않았고 이전보다는 자주 얼굴을 마주 보며 밥을 먹자고 했다. 매년 생일 즈음, 친구에게 선물해 주던 책을 다시 보내주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바뀌어버린 남편을 원망하고 안쓰러워하는 대신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게 아내의 자리에서 해 줄 수 있는 조언을 건넨다. 가장이라는 명판으로 자신의 빈자리를 빼곡히 매우지 말라고, 모든 걸 가족에 희생하지 말고 스스로를 건사하라고. 스스로를 돌보고, 돌아보라고.

그들에게 보낸 미소와 추앙, 따뜻한 말과 책, 존경의 눈빛과 구원의 조언이 책 속 프리다가 건넨 낡은 빗자루가 되었을까?

프리다가 건넨 낡은 빗자루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공감이나 위로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보다 실제 고통의 한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는 소소하지만 결코 소소하지 않은 직접적인 무언가(비단 물질적인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를 건 네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그것에 더 많은 고민을 할 수 있고, 그 고민은 앞으로도 무조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의 방법대로 벤을 위로하지만 결국 벤을 침대 밖으로 끌어낸 건 그 낡은 빗자루라는 것.
이것이 지금 나에게, 또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더불어 그들에게 내밀 수 있는 각자의 빗자루를 떠올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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