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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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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9-30
- : 4,820
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 박정은
평생 몸을 잘 썼다. 잘 썼다…니 뭔가 조금 더 부연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유년기에서 청소년기 몸이 날렵해 어떤 운동을 해도 금세 익히고 즐겼으며 이십대에도 웬만한 담은 타넘을 수 있었고, 이소라의 다이어트 비디오를 필두로 매일 밤 기본 스트레칭이며 홈트를 꾸준히 했다. 몸이 마른 편이었는데도 더 예쁘게 말라보이길 바랐고(고백하자면 나에게 예쁜 몸은 김민희 공효진이었다는) 30대가 들어서면서는 회야천 둔치를 밥먹듯이 걸어다녔다. 출퇴근 3~40분 거리는 무조건 걸었고, 30대 초반 급작스레 체중이 9kg 쪘을 때는 두 달동안 매일 초등학교 운동장을 1시간씩 돌고 25층 아파트 계단을 미친듯이 오르내렸다.
따지고 보면 몸을 그냥 내버려 둔적이 거의 없는 내가 그럼에도 운동을 해본적 없다 말한 이유는 비용이 드는 운동, 그러니까 명확한 이름이 있는 운동을 해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헬쓰장이니 요가니 배드민턴이니 수영이니. 그런 종목이 명확한 운동은 해본적이 없다. 이유는 낯을 가리는 소심한 성격과 경직된 분위기, 스스로가 핸디캡으로 혹은 컴플렉스로 느끼는 지점에서 극복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내가 올 해 5월부터 ‘요가’를 시작했다.
동기는 단순했다. 최근 급격하게 또 빈번하게 느껴지는 고관절 통증과 연초 5천보 걷기를 3달만에 포기한 것에 대한 실망과 어떻게로든 움직임을 이어가고 싶은 갈망이자 욕구였다. 나이 들면 관절 문제로 고생한다던데 벌써부터 고관절이나 무릎이 원활하지 않으니 심적으로 불안하고 무서웠다. 기존 요가를 꾸준히 한 친구가 있어 다행이었다. 어렵지 않게 부담스럽지 않게 시작할 수 있었다. 첫 달 뭣모르고 무작정 달려가 원장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무척이나 달았다.
실제 몸이 변하고 있다 느낀 건 한참 후였는데 이를테면 십수년 전 오십견이라고, 이름도 슬픈 동결건 진단을 받고 용번 처리도 힘든 상태가 되어 한의원을 찾은 것이 30대 중반이었다. 도서관 근무 4년차에 얻은 엘보와 오십견은 이후 몸을 쓰는 데에 어떻게로든 방해가 되었고 35살에 아이를 출산하고는 몸을 움직이는 것에 최소한의 에너지와 근육만 쓰며 부스러기같은 체력을 아끼고 아꼈다. 그런 비루한 몸뚱아리가 요가 한 달만에 숨겨졌던 복근이 어렴풋 드러나고 안넘어가던 팔이 등뒤로 넘어가며 온 몸이 팽팽해지는 걸 실감할 수 있으니 재미있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요가로 몸을 움직이고 어려운 동작을 따라하는 수련의 과정은 나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즐겁고 기뻤다. 온 몸이 적당히 조이는데 40대가 넘어가며 덕지 덕지 붙은 지방들, 그러니까 흔들리는 살들에 묻혀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답답했고, 가볍게 아침 걷기를 시작으로 유산소운동을 병행했다. 지금까지 러닝앱으로 3km가량 걸으면서 뛰는 챌린지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살이 빠지는 건 당연지사, 따로 식단조절을 하지 않는데도 지방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나는 운동하는 사람이야’ 라는 당위가 그렇게나 뿌듯하고 행복할수가 없다. 그저께 오랜만에 오래전 직장동료들과 식사자리가 있었다. 자주 보는 측근들이야 내가 운동을 한다는 것, 체중이 감량되었다는 것등 근황을 잘 알아 따로 달라진 점을 발견할 수 없었겠지만 직장동료들은 날 보자마자 한마디씩을 건넸다. “어? 뭐야, 왜케 예뻐졌어?” “살이 빠진거야? 넘 건강해 보인다.” 등 놀라움을 동반한 칭찬이 끊이질 않았다. 십수년동안 만나온 그 분들에게도 지금의 나는 뭔가 달라보였던 것이다. 운동을 한다는 나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어떤 운동이냐 되묻는다. 러닝이랑 요가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운동이라는 것이 비단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 아님을 운동을 열심히 하는 지금에야 비로소 느낄 수 있다. 운동은 오롯이 나를 위한, 나를 향한 움직임이고 선물이라는 걸. 그 시간속에 푹 젖어 있는 지금 만난 책이다. 제목에 단박 마음이 끌렸다. 나또한 운동이라는 것이 거창하고 또 부담스럽고 무서웠던 시기가 있었다. 그것을 시작한다는 것의 부담과 두려움, 귀찮음과 게으름까지. 모든 감정을 골고루 느꼈던 1인으로서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온전히 와닿았다. 최근 인바디 체중계로 신체의 이모저모를 체크하고 있는데 그 수치가 정확하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최소한의 몸상태를 어느 정도 보여주고 있다 생각해 수시로 체크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본 지금은 그것의 수치보다 실제 보여지는 내 모습과 모든 움직임 속에서 내가 느끼고 바라보는 실제의 나를 더 믿어보기로 한다. 보이는 근육이나 나타나는 숫자는 부수적인 것이다. 체지방율이 낮다고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떻게로든 움직임을 이어나가는 스스로를 기특해 할 일이다.
운동을 시작하기에 뭔가 걸림돌이 있으신 분이나 시작은 했지만 뭔가 혼자 해내기 부담스럽고 두려우신 분, 운동이 결국 건강보다는 스스로에게 전해주는 강렬한 사랑이라는 걸 느끼고 싶으신 분이나 단 한번도 운동이라는 걸, 그러니까 운동이라 이름 붙일 만한 움직임을 해 본 적이 없으신 분들에게는 무조건 강력 추천드리는 책이다. 저자의 인스타그램까지 찾아가 직접 피드를 살펴 보았고, 이런 마인드의 트레이너가 운영하는 공간은 단순한 건강을 너머 잃어버린 자존감과 스스로에게 향하는 환대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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