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전태일 평전을 다시 읽었다.
서너번 읽는 것인데,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이번에는 1983년도 처음 나온 책을 20대초반의 청년들과 함께 읽었다.
전태일의 어린시절
전태일의 어린시절, 동생(태삼)과 가출하고, 신문팔며, 구두닦고, 판자집에 살고 하는 모습을 읽으며 눈물 찡함을 다시 느꼈다. 그것이 불과 40년전 우리의 생활이었던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 동생을 미아보호소에 맡겨야만 했던 전태일, 생존을 위해서 집을 나와서 서울에서 식모살이를 하려고 했던 어머니, 삶의 처절한 모습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수많은 홈리스들, 열악한 주거환경과 일자리가 없어서 하루하루 삶을 어떻게 영위해야 할까 고민하는 국민들, 전반적인 수준은 나아졌지만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진 지금이다. 먹고 살 걱정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고, 분유값, 식사비 등이 없어서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이 늘어나는 지금. 40년 전의 삶은 계속되는 것 같다.
미싱사 시다로 취직을 하다
전태일이 미싱사의 시다로 취직하던 때, 그 때를 평전에서는 불안정 노동에서 안정 노동으로 바뀌는 때라고 본다. 하루하루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사는 것과 그래도 지금 힘들어도 얼마 있으면 월급이 나오는 삶은 매우 다른 삶이라고 한다.
바보회, 근로기준법, 분신...
전태일은 그곳(평화시장)에서 노동자의 삶을 보았고,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재단사가 되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조금 후에는 근로기준법을 연구하여 그것을 지키지 않은 사업장을 진정, 고소하면 노동부가 그것에 대한 시정조치를 내릴 것이라 생각한다. '바보회'를 만들고,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하려고 하는데, 소극적인 동료들에게 많은 실망을 한다. 하지만 다시 '삼동친목회'를 조직하고 힘을 모아 열악한 작업환경에 대한 신문 기사를 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노동부에 진정을 넣는다. 하지만 노동부는 하루하루 미루기만 하고, 집회도 막으려고 한다. 결국, 전태일은 '나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마라'고 하며 분신을 한다.
근로기준법은 지금 어떠한가?
'근로기준법', 그 때 당시에도 있어도 잘 지켜지지 않았던 법이고, 지키지 않으니, 그것을 지키게 하기 위해서 전태일이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쓰면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친 것이다. 노동자의 삶, 투쟁, 목숨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개정되어진 법, 근로기준법.
지금은 어떤가? 대부분 마찬가지다. 연장근로시간의 제한, 연차휴가, 법령요지등의 게시, 성희롱예방교육, 안전보건교육 등 얼마나 지켜지는가? 40년전의 외침이 지금도 유효하다니, 오호 통제라~~
근로감독관은 지금 어떠한가?
근로감독관, 전태일이 한 번 진정을 하면 해결해 줄 주 알았던 공무원, 사법경찰관이 바로 근로감독관이다. 전태일은 근로감독관의 계속되는 무관심에 실망을 하고, 언론에 기사가 나오게 하고, 집회, 투쟁을 한다.
지금의 근로감독관의 모습은 어떠한가? 모두라고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사용자의 법 위반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에게 왜 이런 것을 갖고 귀찮게 하느냐는 식의 반응을 하는 경우도 있고, 무작정 합의를 보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네이버 지식인의 노무사 상담을 하면서 임금체불의 경우 ‘노동부 진정’을 하라고 답변을 한다. 하지만 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노동자를 위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답답하다. 물론 1명당 사건이 100건이 넘는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건 맞지만 노동자를 위해서 더 힘써줘야 할 것이라 생각하고, 근로감독관들이 '전태일 평전'을 꼭 읽어보면 좋겠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40년전의 외침이 머릿속을 빙빙 돈다. 노동법을 전문으로 하는 노무사가 된 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그 외침에 더 부합되도록, 그리고 더 좋은 법을 만들도록, 더 좋은 세상을 만들도록 더 힘을 써야 겠다.
전태일 평전에서 말하듯, “부(富)한 자를 위한 세상, 빈(貧)한 자는 소외되는 세상”, 잘 못된 것은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