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 인간 생활의 기본요소라 불리는 이 세 가지는 당연하게도 지역과 문화를 반영하기에 그 사회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된다. 빨간도시는 그 중 '주(住)', 우리 사회의 건축물과 그 문화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인 서현 교수는 건축가인 동시에 인문학적인 성찰이 담긴 여러 저서를 통해 대중에게 건축을 알려왔다. 이번 책은 그가 목격한 건축물과 도시, 그리고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를 모은 것이다. 연병장과 닮은 학교의 구조를 통해 이 사회에 뿌리깊게 내린 군대문화를 이야기하고, 단열재도 없이 지어진 북한의 건축물을 본다. 우리가 일상에서 생각치 못하고 지나쳐갔던 부분을 건축전문가로서의 시각과 같은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의 입장에서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의 가치는 에필로그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서현 교수가 건축으로 목격한 대한민국은 지나치게 비이성적인 사회다. 이 사회의 모습은 건축물로 이 도시에 물리적 형태로 드러난다. 정의롭지도 않고, 완벽히 정의로울 수도 없지만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구성원의 노력은 중요하다. 그런 노력은 현재의 문제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고민과 사고에서 나온다. 이 책의 장점인 통찰과 사고하는 힘이 부각되는 순간이다. 우리들이 생각없이 지나쳤던 건물들에서 사회의 문제를 발견하는 것은 전문가인 저자가 자신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고민해왔기 때문이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건축에서 출발했다. 누구라도 자신의 영역에서 사회의 단면을 발견할 수 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통찰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사회는 변해 갈 것이다.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읽혀야 할 이유다.
저자가 목격한 빨간도시는 과연 어떤 색으로 물들게 될까?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