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터진지 2년이 넘었다.
일본 뿐 아니라 전세계를 방사능의 공포에 휩싸이게 한 이 사건은 불행하게도 여전히 진행중이며, 앞으로가 더 걱정인 사안이다. 이 사건 이후로 우리나라에서도 원전의 존폐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기 시작했다. 일본 여행, 제품, 음식 등 일본발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고 예전에는 신경쓰지 않았던 원산지 확인과 방사능 수치 확인 등의 새로운 생활풍속도 등장했다.
원전 사태의 발생 이후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혹시 그곳도 사람이 살았음을 잊고 있는 건 아닐까?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이 책『원전의 재앙 속에서 살다』는 그런 물음에 어느 정도 답변해 줄 수 있는 책이다. 후쿠시마 현 미나미소마 시에 거주하고 있는 사건 체험자인 저자 사사키 다카시가 블로그에 올린 수기를 엮은 책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재앙은 노학자를 분노케 한다.
아니 일본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과 태도가 그의 머릿속의 순간온수기의 온도를 끓어오르게 한다.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었던 그들의 공간은 이제 일상적인 공간이 아니라 정부에 의해 버려진 땅이 됐다. 자신의 땅을 살리고 다시 사람 사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사람은 제한구역에 침입한 범법자가 된다. 별다른 대책도 없으면서 억지로 피난을 보내고 대피소로 사람을 모으는데 지친 할머니는 '천국으로 피난갑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다. 후쿠시마를 위한답시고 하는 어설픈 캠페인들은 실제로 재난을 겪은 이들에게는 와닿지도 않고 않는다. 이런 상황속에서 저자는 블로그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사건 현장에 사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저자의 시각으로 이 책에 담겼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묘한 괴리감에 빠졌다. 자신이 살던 곳을 다시 일궈내고자 하고, 되돌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을지, 정말 안전한것인지, 당장 눈앞에 드러나는 피해가 보이지 않기때문에 지나치게 낙관적인 해석은 아닌지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사건에 대한 정부의 태도 때문이다. 저자가 가장 비판하고 있는 점도 그것이다.
현장의 목소리는 일본정부에 닿지 않고, 피해자들은 그저 데이터와 보고서 상의 숫자에 불과하다. 실제로 피해자들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에 관계없이, 자신들이 피해보는 것을 두려워한다. 특수한 상황임에도 매뉴얼대로만 처리하려는 책임회피적 행동으로는 피해자의 마음도 현재 상황도 되돌릴 수 없다. 인간이 만든 재앙임에도 인간은 어찌할 수 없다니...
최근 읽고 있는 제이미 리프킨의 3차산업혁명과 같이 생각해 볼만한 책이다.
우리는 원전을 포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