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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ent blue
나는 작가인 마이클 무어보다 감독인 마이클 무어에게 익숙하다. 그의 이름 하면 항상 떠오르는 영화들 <로저와 나>나 <캐나디언 베이컨>, 그리고 작년 다큐로서 크게 주목 받았던 <볼링 포 콜럼바인>에 이르기까지. 그는 감독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볼링 포 컬럼바인>이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를 경악시켰던 십대 소년 두명의 컬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처럼 마이클 무어는 사회성 짙은 작품을 만들어왔는데 이번엔 그 매체가 필름이 아니라 책이다. 사회운동가이기도 한 마이클 무어가 내놓은 이 책은 제목부터 요즘 정서에 딱 맞는 -멍청한 백인들-이다. 공화당 대통령 부시의, 혀를 내두를만한 행적들이 꼼꼼하게 폭로되어 있다. 이에 대한 진실여부에 대해선, 나는 우선 믿는 쪽이다. 작년 동계올림픽을 보라. 오노같은 놈 영웅 만들기 위해 멀쩡한 경기를 완전 코미디로 만들어 놓지 않았는가. 꼴찌하던 녀석이 금메달을 가지고 가지 않나. 정당하게 딴 금메달을 우겨서 빼앗지 않나.

더 가관은 매해 피플지에서 뽑는 (자기네 기준으로)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50인 명단 안에 오노도 보란듯 들어가 있다. 미국은 분야를 막론하고 정말 다 똑같다는 편협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나라 대통령인데 뭐 플로리다 선거 조작이 대수겠는가. 게다가 주지사가 잽 부시라는데... 현재 한국에서 미국의 위신은 떨어질 대로 떨어져 더이상 가라앉을 곳도 없어 보인다. 아이큐 90대의 대통령과 이익만을 챙기려고 하는 부통령은 세계 평화 수호를 명목으로 세계 평화에 심각한 암운을 조성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건 이 시원스런 책의 저자처럼 그 넓은 땅에 사는 양심적인 미국인들의 존재다. 그들의 대표자 마이클 무어는 우익을 거침없이 꼬집고 풍자한다. 재치가 넘치는 입담 속엔 날카롭고 튼튼한 가시가 들어 있다.

스스로가 세상의 중심인 줄 아는 나라, 또한 그러기도 한 나라, 가장 잔인하고, 무식하고, 폭력적이고, 내숭적인 나라인 동시에 제일의 휴머니티를 추구하고, 그 속에서 선진된 나라, 미국이란 그런 나라다. 물론 이런 이중성은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든 다 있는 것이다. 무어가 비판한 항목 중에 다수가 우리나라 경우에도 포함되는 것처럼. 덩치가 큰 미국이 심통맞게 구니까 잘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위선은 웃어넘기기엔 위험한 것임을 이 책 역시 상기시키고 있다. 미국의 이기주의가 팽배해 질수록 적도 그만큼 늘고 있다는 걸 멍청한 백인들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통쾌한 한편, 씁쓸함이 감도는 건 지금 눈 앞에서 일어나는 분명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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