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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ent blue
먼저, 책 표지를 보면 이 책은 유미리만 지은 것처럼 보인다. 유미리라는 이름만 굵고 클 뿐 그 뒤에 자리하고 있는 유미리 외 지음은 얼핏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유미리의 작품집인가 보다 해서 산 책이었다.

-이지메의 시간-은 6편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6편을 잇는 소재가 바로 이지메이다.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자리잡힌 이지메는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지메는 그 특성상 정치적인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 과거 나치등 독재정권 아래 핍박 받던 시절들을 떠올릴 정도로 잔인하다. 문제는 이 악랄한 게임(?)이 어째서 학교처럼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에 급속도로 퍼졌냐 하는 점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아니 학교를 벗어나 모든 인간 관계가 위태로워 지고 있다. 마치 전염병처럼, 인간에 대한 공포가 유령처럼 떠돈다.

-이지메의 시간-은 이지메의 공포를 상기시키는 책이다. 여섯 작가의 여섯 개의 이야기는 서로 닮은 동시에 다른 이야기다. 하지만 역시 문제 제기만 선뜻 해 놓고, 그러니까 이지메의 공포를 상기만 시키고 거기서 막을 내려 버린다. 이지메라는 현상에 대해 어설픈 제시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6편의 단편 중에 성인이 된 남자가 나오는 소설을 제외하고는 모두 두려움으로 가득찬 학교에서 벗어나는 걸로(또는 이 상황을 잠시 벗어나는) 결론을 내린다. 아마 인간관계의 횡포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건지도 모른다.
희망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 만큼 감정이 말라버렸다면 우리 아래 세대의 어린 사람들은 이 사태들을 어떻게 감당 할 수 있을까. 내 피부가 불에 댄 것처럼 괴롭고 쓰라린 이 악몽들이 빨리 사라졌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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