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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로맨스와 존엄사.

영화보단 책.

p139
그의 입가는 보이지 않았지만
눈가에 미소 때문에 생기는 희미한 주름이 잡혔다.
늘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그 사람이 행복했으면 싶었다.
뭔가에 쫓기듯 경계심 그득한 표정이
사라지게 해주고 싶었다.
나는 주절주절 떠들었다.
농담도 했다.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가 다시 침울한 표정으로 돌아가기 전
그 찰나를 붙잡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p234
슬며시 윌을 바라보았다.
그는 문득 자기 자신을 잊은 듯 황홀경에 에워싸고 있었다.
황급히 눈을 돌렸다.
갑자기 그를 보는 게 무서웠다.
그가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는 감정들이 두려워졌다.
심연처럼 깊은 상실,
그 두려움의 바닥이 겁이 났다.
지금까지 살아온 윌 트레이너의 삶은
내 체험을 까마득히 넘어서는 것이었다.
내가 뭔데 그에게
삶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논할 수 있단 말인가?

p277
˝인생은 한 번 밖에 못 사는 거요.
한 번의 삶을 최대한 충만하게 보내는 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도리요.˝

p398
˝혹시 이런거 알아요?˝
밤새도록 그렇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어도 좋았다.
특유의 눈가에 잔주름이 지는 웃음.
목이 어깨로 이어지는 그 지점.
˝뭔데요?˝
˝가끔은 말이에요, 클라크.
이 세상에서 나로 하여금
아침에 눈을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건
오로지 당신밖에 없다는 거.˝

p466
˝하지만 그 친구가
살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살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억지로 살라고 하는 건,
당신도, 나도, 아무리 우리가 그 친구를 사랑해도,
우리는 선택권 박탈하는
거기 같은 인간 군상의 일원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당신은 내 심장에 깊이 새겨져 있어요, 클라크.
처음 걸어 들어온 그날부터 그랬어요.
그냥 잘 살아요.
그냥 살아요.
사랑을 담아서, 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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