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잠들려고 애쓰면서 생각했다. 내 인생은 낭비로구나. 걸레를 찾아내서 내가 배운 것, 내가 보고 들은 모든 것을 지우고조르바라는 학교에 들어가 저 위대한 진짜 공부를 배울 수 있다면 내인생은 얼마나 달라질 것인지! 내 감각들과 몸을 제대로 훈련시켜 인생을 즐기고 이해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뜀박질을 배우고 씨름을 배우고 수영을 배우고 승마와 노 젓기와 자동차 운전, 사격을 배워야 한다. 내 정신을 육체로 채우고, 내 육체를 정신으로 채워야 한다. 내 내부에 웅크린 두 개의 영원한 적을 화해시켜야 한다.
신부도 신부 나름인데, 이자는 아주 잔인하고 무자비한 불가리아 비정규군 신부였어요.. 밤이 되니까 이자가 승복을 벗고 양치기 복장으로 갈아입더군요. 총을 들고 이웃 그리스인 마을로 갔다가 새벽이면 진흙을 묻히고 피투성이가 돼서 다시 신도들을 위해 미사를 드린답시고 교회로 가는 거예요. 내가 도착하기 며칠 전에는 잠자는 그리스인 교장 선생을 살해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나는 신부네 집 마구간에서 기다렸던 겁니다. 저녁때 신부가 양에게 풀을 먹이려고 왔을 때 양목을 따듯 목을 그었이요. 귀도 잘라 내 주머니에 넣었고요. 아시겠지만 그때 나는 불가리아 놈들 귀를 수집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신부놈 귀를 잘라서 도망갔지요. 며칠 뒤 다시 그 마을로 들어갔어요. 이번에는 행상으로 꾸몄어요. 그때가 정오쯤이었을 겁니다. 총은 산에 숨겨 둔 채 동료들을 위해 빵과 소금, 장화를 사러 갔던 거예요. 거기서 나는 집 앞에서 놀던 애들다섯을 만났어요. 모두 맨발이었는데 검은 옷을 입고 구걸을 하더라고요. 계집아이가 셋, 사내놈이 둘이었어요. 제일 큰 놈은 열 살이나됐을까? 어린 건 갓난쟁이였지요. 제일 큰 계집아이가 갓난아이를 안고 어르고 있었어요.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소만, 아마 신의 뜻이겠지요. 애들한테 다가가서 불가리아 말로 물었어요.
‘뉘 집에 사는 애들이니?"
가장 큰 사내애가 고개를 들었어요..
‘신부 댁 아이들입니다. 아버지는 며칠 전에 마구간에서 목이 잘렸어요."
이러는 겁니다. 눈물이 핑 돌고 지구가 뱅글뱅글 도는 것 같았어요.
조르바의 춤을 바라보며 나는 처음으로 자기 무게를 극복하고 날고싶은 인간의 처절한 노력을 이해했다. 나는 조르바의 인내와 그 민첩함, 긍지에 찬 모습에 감탄했다. 빠르고 맹렬한 스텝이 남긴 발자국은 모래 위에다 인간의 신들린 역사를 기록한 것이었다.
그가 춤을 멈추고 흩어진 케이블 선과 무너진 철탑 더미를 바라보았다. 해가 저물면서 그림자가 길어졌다. 조르바는 나를 돌아보고 특유의 몸짓을 해 보이며 손바닥으로 입을 가렸다.
"보스, 아까 그 물건이 소나기처럼 쏟아 내는 불꽃을 봤습니까?"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조르바가 나를 끌어안고 키스했다.
"보스, 그 일이 정말 우스워요? 정말 우스워요? 이거 좋구먼!"
우리는 웃으면서 한동안 장난삼아 씨름을 했다. 결국 둘 다 쓰러져 자갈밭 위에 뻗었고 이옥고 서로의 팔을 베고 곯아떨어졌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해변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마을로 들어갔다.
심장이 가슴속에서 정신없이 뛰고 있었다. 그런 기쁨은 누려 본 적이없었다. 흔한 기쁨이 아니라 숭고하면서도 이상야릇한, 설명할 수 없는 즐거움 같은 것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이치에 닿지않아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나는 돈, 일꾼들, 고가 케이블 등 모두를 잃었다. 우리는 조그만 항구를 만들었지만 수출할 물건이 없었다. 모조리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그 순간에 나는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 것이다. 복잡하게 얽힌 필연의 미궁에 들어 있다가 구석에서 놀고 있는 자유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나는 자유의 여신과 함께 놀았다.
모든 것이 빗나갔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그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