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낭떠러지에 선 인간의 등을 떠밀어버리려는 것을보게 된다면, 쓰고 싶은 시가 좀 달라질 것 같다. 제정신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주기적으로 벗었던 몽상이라는 모자, 그것을 왼손에 들고서 여기저기 인사하러 다니는 것도 그만둘 수 있을 것 같다. 남의 불행에 대하여 눈부셔하거나 황홀해하다가 눈꺼풀을 닫아버리는 일과, 나의 젊음이 뜨겁거나 아까워서 죽음의 관념을 가지고 놀아보는 일, 다 집어치울 수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지긋지긋해하지 않고 잘살 것이다, 얼음을 입에 물고 착실히 굳어가는 겨울의 허벅지처럼, 죽을 만큼 밉다는 말보다 죽을 만큼 슬프다는 말을진실로 믿으며, 나는 아직 그런 슬픔을 위로해본 일이 없는 것 같다.
네 개의 계절이 있다는 것. 우리가 조금 변덕스럽다는 것,
감정이 많다는 것, 허물어지고 또 쌓는다는 것, 둘러볼 게 있거나 움츠러든다는 것, 술 생각을 한다는 것, 불쑥 노래를지어 부른다는 것, 옷들이 두꺼워지다가 다시 얇아진다는 것, 할말이 있다가도 할말을 정리해가는 것, 각각의 냄새가 있다는 것, 우리가 네 개의 계절을 가졌다는 것. _「네 계절, 」이병률 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