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온통 백색의 숲 속 연못이 놓여 있었다. 차를 세우고시동을 껐다. 도착했다. 할 말은 그것뿐이었다. 의심할 여지 없이 바로 그 연못이었다. 55년이 지난 뒤, 나는 다시 돌아왔다.
흰 수건처럼 펼쳐진 눈이 우리를 환영했다. 섬에 있는 나를발견한 하리에트에게 일종의 경외심이 느껴졌다. 하리에트는사신使臣이었다. 누구의 명령이 아니라 그녀 스스로 오긴 했지만, 혹시 내가 하리에트를 부른 걸까? 오랜 세월 내내 나는 그녀가 어느 날엔가 돌아오리라고 기대한 걸까?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우리는 도착했다.
"오지 않은 게 아니랍니다. 딸이 있다는 걸 몰랐어요."
"남자는 자기에게 자식이 있는지 없는지 마음속 깊은 곳에서언제나 알고 있지요. 어쨌든 당신은 돌아왔어요. 루이제가 기뻐하는군요. 내가 알아야 할 것은 그 사실뿐이라오. 루이제는 당신이 숲을 지나서 와주기를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어요. 어쩌면당신은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동안 내내 이곳으로 오는 중이었는지도 모르지요. 숲의 오솔길이나 도시에서와마찬가지로, 자기 안에서도 길을 잃기 쉬운 법이라오."
"말하지 마세요. 지금도 말고, 나중에도 말고, 아버지에게 뭔가 알릴 말이 있으면 내가 할 거예요. 물론 살면서 남자들도 만났지요. 하지만 그건 아버지 사람들이 아니라 내 사람들이에요.
모든 것을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른 사람을 너무 깊이 파고 들어가면 우정을 잃을 위험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