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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food0980님의 서재
  • 달과 6펜스
  • 서머셋 몸
  • 9,000원 (10%500)
  • 2000-06-20
  • : 45,238

「어린애 같은 것들이지. 개인의 의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데 이어찌 속된 무리들의 의견에 신경을 쓴단 말이오?」「우리가 다 합리적인 존재는 아니지요」 나는 웃었다.
「명성은 누가 만드오? 비평가, 문인, 주식 중개인, 여자들아니오?」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당신의 작품을 보고감동을 받는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미묘하면서도 격렬한 감동을 말예요. 기분이 썩 좋지 않겠어요? 누구나 힘을 행사하기를 좋아합니다. 사람의 혼을 움직여 연민이나 공포의 감정을 일으킨다면, 그보다 더 멋진 힘의 행사가 어디 있겠습니까?」「멜로드라마 같은 소리」「그럼, 왜 그림이 잘 됐나 못 됐나 신경을 쓰시죠?」「난 신경 안 써요. 보이는 대로 그리고 싶을 뿐이지」
「전 이런 생각을 합니다. 무인도에서도 글을 쓸 수 있을까하고요. 제가 쓴 글을 저밖에는 읽을 사람이 없는 게 확실하다면 말입니다.」
그의 영혼이 마치 뭔가를 보고 황홀경에 빠진 것처럼.
「나도 때로 생각해 보았소. 망망한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외로운 섬, 그 섬의 아무도 모르는 골짜기에서 신비스러운 나무들에 둘러싸여 조용히 살아볼 수 없을까 하고, 거기에서는 내가 바라던 것을 찾을 수가 있을 것만 같아서
「난 과거를 생각지 않소. 중요한 것은 영원한 현재뿐이지」
 나는 마부에게 행선지를 말해 주었다. 그런 다음 우리는 다시 묵묵히 길을 달렸다. 더크는 블란치가 병원에 실려갔던 그비극적인 날의 아침 이후로 스튜디오에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그가 같이 가자고 하지 않아서 나는 마음이 놓였다. 문간에서그와 헤어진 다음 홀가분한 기분으로 거리로 나왔다. 파리의 거디가 새삼 유쾌하게 느껴졌다. 바쁘게 오가는 행인들을 바라보프라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날씨는 맑고 햇빛은 밝다. 한결 짜나는 스트로브와 그의즐기고 싶었다.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어찌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트로브와 그의 슬픔을 내 마음에서 털어내 버렸다. 삶을 즐기고 싶었다.
「갑판 청소를 하고 있는 중인데, 갑자기 누가 〈야, 저것 좀봐〉 하지 않겠소. 그래 고개를 들고 보니까 섬이 어렴풋이 보이더란 말이오. 그 순간 내가 평생 찾아다녔던 곳이 바로 이곳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소. 섬이 가까워질수록 어쩐지 처음 오는 곳이 아닌 것 같았소. 지금도 어떨 때 이곳을 걷고 있으면죄다 눈에 익은 것 같아요. 틀림없이 내가 전에 여기에서 살았 던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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