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는 결국 떠나지 않는다. 방법을 알고 있다.
손에 차표를 쥐고 있지만, 떠나지 않는다.
모래 밖의 세상도 모래 속의 삶도 결국은 반복,
반복을 탈피하려 애썼던 인간은 다시 반복 안에 갇힌다.
굴복했지만, 순응했다.
3.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웠다. 이 삶의 반복을 감당할 수가 없어, 삶의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즐거움과 재미를 위해, 반복을 벗어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세상에 그것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심이 떠나질 않았다.
나는 여전히, 이 반복이 싫어서 몸부림칠 것이고, 벗어나려 애쓸 테지만, 다시 또 반복의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예상되는 반복은 무섭지만, 결코 도망갈 수 없다.
어찌할 수 없는 반복
인간의 힘으로는 결코 이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반복
나는 벗어날 수 없지만, 잘 살고 싶어졌다.
반복되는 삶이 두려운 누군가에게-
그럼에도 이 반복을 기꺼이 살고 싶은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4.
소설을 읽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래의 감촉이 생생했다. 까끌까끌 거리는 촉감과 모래의 축축한 습기가 가득했다. 설마 했던 결말은 여전하게 이어졌다.
눈 오는 날의 설국, 한적한 시골로 떠나는 날이면 읽고 싶던 '무진기행'처럼, 이 책은 사막을 여행하는 미래의 어느 날 찾고 싶다. 모래의 감촉을 오감으로 느끼며, 주인공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려보고 싶다. 까끌까끌한 그 감촉을 헤매며 이 책을 사막 어느 한가운데 파묻어야지.
p.36
그러나 이 무형의 파괴력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무엇 하나 없다……. 어쩌면, 형태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야말로, 힘의 절대적인 표현이 아닐까…….
p.138
이번에는 여자가 남자의 몸을 털어낼 차례다. 남자는 눈을 감고 부드럽게 여자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면서 기다린다. 머리칼은 딱딱하고 모래로 자글거렸다.
경련…… 똑같은 반복…… 늘 다른 일을 꿈꾸면서 몸을 던지는 여전한 반복…… 먹는 것, 걷는 것, 자는 것, 재채기, 고함, 성교…….
p.198
서로 상처를 핥아주는 것도 좋겠지. 그러나 영원히 낫지 않을 상처를 영원히 핥고만 있는다면, 끝내는 혓바닥이 마모되어 버리지 않을까?
납득이 안 갔어…… 어차피 인생이란 거 일일이 납득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저 생활과 이 생활이 있는데, 저쪽이 조금 낫게 보이기도 하고…… 이대로 살아간다면, 그래서 어쩔 거냐는 생각이 가장 견딜 수 없어…… 어떤 생활이든 해답이야 없을 게 뻔하지만…… 뭐 조금이라도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것이 많은 쪽이 왠지 좋을 듯한 기분이 들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