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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sica님의 서재
  •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 헤르만 헤세
  • 10,800원 (10%600)
  • 2002-07-30
  • : 8,816
나르치스는 수도사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지적인 인물이다. 반면, 골드문트는 감성적이며 예술의 삶을 살아가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두 주인공은 철저히 대비된다. 서로 대립되는 인물을 통해 그려내는 이 삶 속에서 나는 '나'를 고민했다.
이성과 감성을 두고 종종 고민한다. 나를 감성적이라 칭하는 사람들에게 너는 얼마나 이성적인 판단과 사고로 삶을 살아가느냐고 묻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 과연 그 감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도 있다. 어느 한 쪽이 확연하게 드러난 삶일 수는 있지만 무엇이라 규정짓는 그것이, 나는 싫었다.
아무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절한 공존이라 생각한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누군가를 인생의 동반자로 만난다면 그것은 행운일 것이다. 우정이든 사랑이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존중의 자세로 지속되는 관계라면, 그것은 완벽한 퍼즐 조각이다.
사실 책을 읽다 보면, 중간에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거 책 제목 골드문트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골드문트의 삶에는 나르치스의 가르침이, 나르치스의 삶에는 골드문트의 그 예술혼이 필요했다. 결국, 이 아름다운 관계는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일 거야 라는 작은 꿈을 심어 주었다.
책 속에 그려진 인간의 지성과 감성 그리고 종교와 예술 그 대립되는 부분들의 묘사가 정말 좋았다. 인간이라면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들이며, 삶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고민하며 살아갈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이 고민이 너무 싫었다. 왜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지, 그것이 종종 괴로웠고 어려웠다.
그러나 결국의 삶은 공존이었다.
나는 지(知)의 삶을 살지만 사랑을 바탕으로 살고 싶다. 사랑이 있기 때문에 사는 생이고 싶다. 나를 고민하는 시간 그런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어느 순간 스스로의 확답을 얻는 순간이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것이 어렵더라도 크게 좌절하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P.360 그때는 무척 마음이 아팠었다. 그 사실만은 분명히 기억났지만 그때 왜 마음이 아팠었는지는 이제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렇다. 슬픔도 지나가 버렸고, 기쁨과 마찬가지로 고통과 절망도 지나가 버렸다. 그런 감정들은 흘러가 버렸고, 퇴색해 버렸다. 그 감정들의 깊이와 가치도 상실되었고, 이제 드디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생각하지 않는 그런 시절이 온 것이다. 한때는 그토록 마음 아픈 기억이었건만. 이젠 고통도 꽃잎처럼 떨어져 시들고 말았다.
P.278 아,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모든 인간, 모든 사물이 그렇게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순식간에 꽃처럼 피어났다가 어느새 시들어 사라지고, 그러고는 그 위로 눈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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