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던 사연들 ㅠㅠ
온리유 2019/10/1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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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
- 이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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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 - 2019-10-05
: 550
저는 설명을 듣고도 이해를 못하겠는 복잡한 수식을 푼 끝에 마이클이 사망한 곳이 경기도 연천과 동두천 사이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p.77
마이클이 사망한 경기도 연천과 동두천 사이는 제 고향입니다.
어릴 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왜 우리 집 앞의 산들에 나무들이 듬성듬성한지를 임진강 옆에 사는 아저씨의 온 몸이 화상의 상처로 덮여있는지를. 산에 오르면 저 멀리 보이는 땅에 왜 우리는 갈 수 없는 지를.
아빠가 군인이셨기 때문에 전쟁이 펼쳐졌던 곳에서 살 수 있었고
자라면서 항상 전쟁이 일어나면 어쩌나 누구보다 걱정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또 군인이 된 제 동생 때문에 북한과의 상황이 좋지 않을 때마다 여전히 걱정을 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전쟁을 겪어보지 않았으나 전쟁이 늘 제 삶 근처에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쟁 관련 책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박완서 선생님의 책들을 읽으며 오랫동안 가슴이 먹먹했고
몇 해 전 노벨상을 받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도
매우 인상깊게 읽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읽게 된 영국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은
또 다른 시야를 열어주었습니다.
한국 전쟁하면 늘 분단의 아픔, 전쟁으로 인해 이 땅이 겪은 고통, 우리 나라 사람들의 영원히 치유되지 않을 상처들만 떠올렸었는데 알지도 못하는 나라에 각자의 이유들로 찾아와 혹한의 날씨 속에서 발가락을 잘라내며 견뎌냈던 외국에서 온 청년들의 이야기는 전쟁의 또 다른 사연들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스스로에게 큰 명분도 없는 전쟁에서 죽음을 목도하고 말로 설명하기도 힘든 시련들을 겪어내며 겨우 생존한 사람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서 받은 참혹한 무관심에 정말로 화가 났고 내가 다 미안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래도 소수의 한국 사람들과 한국 정부가 그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고 사후 그들이 청춘을 바쳤던 곳에 잠들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어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영국에서 온 젊은 청년들의 죽음과 희생도 참 마음 아팠지만 작가의 아버지가 전쟁 중에 쓴 일기를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작가가 읽으면서 써내려간 부분은 눈물이 나도록 애잔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부산에 유엔평화공원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슴에 포피를 달고 이 곳에서 목숨을 마친 모든 분들의 공로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 멀리 있는 멋진 일을 꿈꾸면서 정작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상의 실천은 소홀히 하는 것, 익숙한 함정이다. 그래, 지금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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