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치사상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다. 그저 신간도서 목록을 보다가 눈에 띄었고, 벼르던 중에 구매하게 되었다. 부제인 '리버럴리스트의 초상'이 강한 어필을 했다. 물론 서양사상사 수업을 듣는 중이어서 정치사상에 더 강하게 끌렸던 것인지도 모른다.
격동의 근대 일본의 역사처럼 마루야마 마사오 역시 상당한 변천을 겪었다. 또한 그의 가정환경, 주위의 명사들 덕분에 다양한 사상을 섭취하여 그것을 소화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게 되었다. 강제징집에 의한 군복무, 원자폭탄에 대한 생생한 목격 등등. 일본 근현대사의 한복판에 있었기에 위대한 사상가가 되지 않았나 싶다.
'마루야마 덴노'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지만 천황제(일본의 독특한 체제로서의)를 부정한 정치사상가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아이러니한 별명이다. 그러나 이 책의 서장에 나타나는 '마루야마 병'이라는 현상을 살펴보면 전후에 그가 사상계, 정치계에 미친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 할수 있다. 그리고 그는 중심에 서서 좌우의 비판을 모두 받고 있다. 기시 노부스케 내각에 대한 반대 기치의 선두에서도 있었고, 대학분쟁 당시 학생들에 대해 막아선 독특한 이력.
일본 근세 및 근대의 사상에 대한 재평가, 그리고 그 사상이 어떻게해서 변질되고 왜곡되었는지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천황제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또한 그는 국가 단위의 특수성보다 보편성에 의한 정치사상을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점차적으로 '근대'의 이상을 정리하면서 '현대'의 문제가 어떻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하며 찾아가는 '일본의 양심'의 태도에서 국가 일본이 보여주는 천박함 속에서 '일본'이 어떠한 깊이를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개인적으로 난독인지 무지인지 모를 현상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마루야마의 생각이 단순히 일본만이 아닌, 한국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곁가지로 드는 생각은 정체성론이나 타율성론과 같은 식민사관에 대해 유물론적인 방어무기 외에 조선 후기의 정치사상면에서 드러나는 근대적 요소의 발견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