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가 흥행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뒷이야기'를 다룬 메이킹 필름이 함께 주목을 받게 된다. 사람들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 자체도 즐기지만, 이야기에 대한 애정만큼 제작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라든지 메인 이야기와는 별개인 소소한 이야기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어찌보면 '뒷이야기'는 전혀 다른 맥락의 이야기이지만, 무엇인가에 애정이 생기면 그 주변의 것까지 함께 후광 효과를 받게 되는 것인가 보다.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들이 있다. <피터 팬>, <작은 아씨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어릴 때 거의 다 읽어보았을 것이고, 꼭 책으로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으로 얼마든지 접할 기회가 많았을 이야기들이다. 누구나 알고 있다고 여기는 고전 명작이라고나 할까. 그런 이야기들의 '뒷이야기'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작가가 누구인지도 아마 헷갈리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저자는 우연한 계기로 동화들의 초판본 또는 그에 준하는 고서적들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캐나다의 고서점에서, 혹은 인터넷 초판본 경매를 통해서, 때로는 수소문 끝에 알아낸 책 소유자와의 밀당(!)을 통해서 일반 서점에는 없지만 한때는 누군가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즐겁게 했을 그런 때묻은 동화책을 하나 둘씩 모아간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동화책의 이야기와는 별개로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에피소드, 작가의 우여곡절이 가득한 삶, 당시의 시대 상황, 그리고 그 밖의 후일담 등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것들이 모아져 <피터와 앨리스와 푸의 여행>이라는 꽤나 흥미로운 책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아름답고 유쾌한 이야기 뒷편에는 항상 즐거운 면이 숨겨진 것은 아니었다. 전형적인 미국 가정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려낸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은 불행한 가정사를 가지고 있었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그려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은 사후에 아동성애자로 의심 받았으며, <톰 소여의 모험> 등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로 불리는 마크 트웨인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평도 안 좋았고 무엇보다도 씀씀이가 무척이나 헤펐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들은 별로 '동화적'이지도 않고 몰라도 크게 상관없는 이야기일 수 있다. 동화와는 별개의 이야기들이었지만, 그만큼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당연히 알고 있다고 여겼던 고전 동화들의 뒷면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럼에도 다시금 해묵은 동화책을 꺼내 읽고픈 마음이 생기는 것은 미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