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한 번씩 아빠가 우리에게 질문을 하시곤 했다. "커서 뭐가 되고 싶니?" 그리고 이어서 질문하셨다. "아빠는 커서 뭐가 될 것 같니?" 아빠는 평소에 우리와 잘 놀아주시는 편은 아니셨는데 잘 놀고 있는 우리를 불러다가 꼭 한 번씩 그렇게 질문을 하시곤 했다. 어릴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지만, 커갈수록 그 질문도 좀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잘 놀고 있는데 중간에 불러서 그런 질문을 던지시는 게 이해가 잘 안 가기도 했고. 그리고 아빠가 커서 뭐가 될 것 같냐는 질문도 이상하게 여겨졌다. 아빠는 이미 어른이고 아빠는 과학자이신데? 그래서 아빠의 질문에 우리는 늘 이렇게 대답했다. "할아버지 과학자요."
<양배추를 응원해 주세요>의 주인공 양현찬은 '장래 희망'이 직업으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것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 그렇다고 미래에 되고 싶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 확고했다. 현찬이는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현찬이의 부모님은 그런 현찬이를 믿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부모님이 생각하는 현찬이는 축구를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몸이 약하다고 여겨지는 쪽이었다. 그래서 현찬이의 장래 희망을 가볍게 생각하고, 농담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현찬이는 진지했고, 그런 상황이 싫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어느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현찬이는 양배추가 되었다.
양배추가 된 현찬이는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지만, 축구 대회 선발전을 놓칠 수 없었다. 양배추의 모습으로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도,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양배추가 된 하루는 결코 녹록치 않았지만, 오히려 현찬이의 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현찬이에게도, 현찬이 부모님에게도.
부모는 자녀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다. 그리고 자녀가 고생하거나 어렵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고생할 것 같거나 어려울 것 같은 장래 희망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한다. 또는 농담처럼 가볍게 여긴다. 하지만 자녀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쉬운 것만 겪게 할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양배추가 되거나, 콜라비가 된다면 어른들도 그것을 좀 더 일찍, 그리고 깊게 깨달을 수 있을까. <양배추를 응원해 주세요>는 그런 의미에서 어른인 나에게 더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것 같다. 우리 초3 아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한번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