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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사탕님의 서재
  • 탬버린
  • 김유담
  • 12,600원 (10%700)
  • 2020-03-31
  • : 460

시어머니는 '징그럽다'는 말을 잘 쓰신다. 곤충이나 징그러운 어떤 것을 보았을 때가 아니라, 기가 막히거나 어이없는 일에 대한 리액션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표현이 생소하게 느껴졌는데, 한 해 두 해 나이가 먹어갈수록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더 와닿게 된달까. 마음대로 되지 않고 '징그러운' 것이 우리네 삶이고 인생이어라.

<탬버린>은 김유담 작가의 소설집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주로 지방의 소도시 어딘가에서 나고 자라다, 더 큰 세상을 꿈꾸며 서울이나 큰 도시로 간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드라마틱하지도 않다는 것을 작가는 여러 단편들을 통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태생적으로 선택할 수 없었던 고향이나 가족을 뒤로 하고, 자신의 노력(또는 운)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나아왔지만, 여전히 발목을 잡는 것은 타고난 것들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여전히 내 것이고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삶을 '징글징글'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징그럽다한들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현실에 주어진 삶 가운데에서 버티고 또 버텨내는 수 밖에.

지금 대한민국 어디선가 괴롭게 안고 있을,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질 것은 없지만 어느 정도는 수긍하고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누군가에게 작가가 조심스럽게 내밀 수 있는 위로는 바로 '징글'(jingle)이 찰랑거리는 탬버린이 아닐까. 찰랑거리는 그 소리에 몸을 흔드는 그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될테니.

그렇다 해도 내 인생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운이 좋았고 그나마 쉽게 풀린 축에 속해봤자, 고작 지금의 내가 되었을 뿐이다. 나 역시 하루하루 버텨내기에 급급했다. 그럼에도 버텨낼 자리 하나도 허락되지 않은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보잘것없는 나조차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답답할 따름이었다.

'탬버린', pp156-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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