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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사탕님의 서재
  • 자동 피아노
  • 천희란
  • 12,600원 (10%700)
  • 2019-12-05
  • : 502

0_자동 피아노 自動piano: 사람이 연주하는 대신에 기계의 작용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연주하는 피아노. 특수한 악보를 쓰며 공기의 힘으로 해머를 쳐서 소리를 낸다. [네이버 국어사전]

0_누군가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화자가 누구인지도, 어디에서 어떤 상황에 있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죽음이 시시때때로 다가오고 있음을.

0_어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가 있다. 긍정에서 시작한 생각은 어느새 부정이 되고, 절망이었던 생각이 어느새 희망이 되기도 한다. 분명히 연결고리는 있었는데, 설명을 하려면 논리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왜 A가 B가 되었는지-흔히 말하는 '의식의 흐름'이 그런 것일까.

0_<자동 피아노>는 소설이지만 장편의 시 같기도 하다. 사실 소설이라고 단정 짓기도 어려운 것 같다.

0_솔직히 말하면, 이 소설은 '난해'하다. 화자가 누구인지도, 어떤 이유에서 계속되는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사투를 벌이는지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알 수 있는 건, 우리 삶 속에서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만큼 서서히 연주되어지는 '죽음'을 멈출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 그리고 이것은 결코 특정한 몇몇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여전히 이 소설은 '난해'하다.

사계 Op.37a

The Seasons, Op.37a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Pyotr Il'ich Chaikovskii

당신은 말했다.

차이콥스키가 흘러나오면 너는 벌써 세상의 이치를 모두 깨달은 것 같았어. 계절이 변할 때마다 단번에 웃고, 울고, 찡그리고, 숙연해졌지. 나는 네가 울 때마다 배가 고픈건지 잠이 부족한 건지 몰라 혼란스럽기만 했는데, 너는 아직 살아보지도 않은 계절에 이미 다녀온 것처럼 전부 알고 있었던 거야. 정말로 기적 같았지.

한 계절이 다음 계절로 넘어가는 일.

그리고 기적은, 내가 배우지 않았다면 좋았을 단어.

- 88p, <자동 피아노> 천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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