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린 채로 귀를 기울였다. 넌 할 수 있겠어? 때가 오면? 때가 오면 시간이 없을 거야. 지금이 그때야. 신을 저주하며 죽는거야. 총알이 안 나가면 어떡하지? 나가야 돼. 안 나가면 어떡하냐니까? 저 사랑하는 머리를 돌로 깰 수 있어? 네 속에 네가 전혀 모르는 그런 존재가 있을까? 있을 수 있을까? 아이를 품에 안아. 그렇게 영혼은 빨라. 너한테로 잡아당겨. 아이에게 입을 맞춰. 빨리.- P131
깨어 있는 세계에서는 견딜 수 있는 것도 밤에는견딜 수가 없었다. 남자는 다시 꿈이 찾아올까 두려워 잠을 자지 않고 앉아 있었다.- P149
그는 회색 빛 속으로 걸어나가 우뚝 서서 순간적으로 세상의 절대적 진실을 보았다. 유언 없는 지구의 차갑고 무자비한 회전. 사정없는 어둠. 눈먼 개들처럼 달려가는 태양. 모든 것을 빨아들여 소멸시키는 시커먼 우주. 그리고 쫓겨다니며 몸을 숨긴 여우들처럼 어딘가에서 떨고 있는 두 짐승. 빌려온 시간과 빌려온 세계 그리고그것을 애달파하는 빌려온 눈(目).- P149
늘 조심한다는 건 늘 무서워한다는 거 아닌가요?- P172
사람들은 늘 내일을 준비했지. 하지만 난 그런 건 안 믿었소. 내일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어.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몰랐지.- P192
살아 있을 때는 늘 죽음을 뒤따라가게 되지.- P192
자신이 죽으면 다른 모두가 죽는 것과 똑같은데.- P193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에서는 신도 살 수가 없소.- P196
그렇고말고. 마침내 우리가 모두 사라지면 여기에는 죽음 말고는 아무도 없을 거고 죽음도 얼마 가지는 못할 거요. 죽음이 길에 나서도 할 일이 없겠지. 어떻게 해볼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죽음은 이럴 거요. 다들 어디로 갔지? 그렇게 될 거요. 그게 뭐가 문제요?- P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