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고향에 격한 애정과 깊은 마음의 연결 고리를 느끼는 그로서는 방을 가득 채운 북부 광신자들에게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어머니나 애인이 보낸 편지를 큰 소리로 읽는 것과 다름없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P80
베이질 랜섬은 미스 프랜스가 해준 말을 떠올리며, 뉴욕에서 어떤 것들이 신문 기삿감이 되는지를 익히 보았던 경험에 비추어 저 청년이 이 회견을 기삿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바로 확신했다.- P83
그 소녀만큼 다양한 요소가 기묘하게 뒤섞인 인간을 이제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더없이 사랑스럽고 속세를 초월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뭔가 전시품 같고 공연단에 속한 것 같고 항상 가스등 불빛 속에 사는 사람 같은 분위기가 그녀가 입고 있는 드레스 구석구석까지 스며 있고, 연극적인 효과를 노렸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몸짓에 배어 있었다. 그녀가 캐스터네츠나 탬버린을 꺼냈다 해도 랜섬은 그런 소품조차 잘 어울린다고 느꼈을 것이다.- P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