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이 여행에 관한 책에서 말했듯이, 휴가의 의미는 멋진 휴가를 기대하는 것과 휴가에서 얻은 추억을 공유하는 것 두 가지에 있다.- P91
어떤 활동에서 얻는 의미는 그것을 성취하는 데 필요한 노력에 비례하지만, 필요한 걸 얻기 위해 스마트폰만 조금 조작하면 되는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다. 불필요한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애쓰는 사람들조차 물리적 세계에서 디지털 세계로 전환하는 시대가 도래하자 이렇게 문제에 직면한다.- P92
결핍은 때때로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실로 인해 빛나는 경우가 더 많다.- P94
가난한 사람들은 지구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낮다. 가난한 자들이 역사의 각본에 따라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동안 부유하고 배부른 자들은 지구를 파괴하느라 바쁘니까. 하지만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과 필요한 것 이상이 필요한 것은 다른 얘기다.- P96
삶이 점점 편안해지고, 문제가 생겨도 이를 성찰의 기회나 분석의 대상으로 해석하여 해결책을 찾아가는 도전으로 여기는 요즘 시대에는 이렇듯 팬데믹도 일종의 소중한 사유의 시간이 된다. 분별 있는 철학자는 쾌락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주장하지 않으며 문제를 해결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야 하는 대상으로 여긴다. 역경 없이는 성취도 없다. 평지를 걷는 것이 좋아도 가끔은 오르막길을 가야 한다. 편한 내리막길을 가려면 힘든 오르막길이 필요하다.- P100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평가는 그것의 결핍을 경험했을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평범한 진실이지만 되풀이할만한 가치가 있는 생각이다.- P103
위기는 필사적으로 탈출하려고 창문 앞에서 윙윙거리는 파리나 파르메산 치즈와 함께라면 뭐든 좋다는 지식인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일종의 여과기다. 위기를 통해 보풀은 불어 날려보내고 극히 중요한 것은 남기게 된다. 다만 여과기는 정기적으로 청소를 하지 않으면 막히고 이렇게 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위기가 준 가르침을 잊기에 주의해야 한다.- P110
바라던 모든 것을 가진 자는 순간 가난한 자가 되어버린다.- P110
영영 얻지 못할 수 있는 것을 오랫동안 고대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희망이 없으면 기대하는 것도 없고 우리는 절망적인 사람이 된다.- P111
풍요로운 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자원은 타인의 관심과 시간, 외부 세계와 연결하는 믿을 수 있는 실, 나 자신을 알게 되는 느린 시간 그리고 그 실에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P113
풍요로운 사회에서는 결핍 자체가 희소한 자원이 된 것처럼 보인다. 관계보다 개인을, 지속 가능성보다 성장을 중요시하는 사회에서는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되는 끈, 실, 필라멘트가 얇아지고 때로는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진다.- P117
결핍은 삶의 방향성과 집중도에 필요한 요소이지만, 결핍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삶에 윤활유가 되는 마찰과 저항을 야기한다는 점일 것이다. 마찰과 저항으로 인해 당신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삶에 전력을 다하게 되고, 극도로 어렵지만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러한 저항은 결국 성취로 이어진다.- P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