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아 작가의 방랑, 파도는 신성과 세속이라는 양극단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처연하고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책의 뒷면에 적힌 생은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으며 확고하게 규정하기 어렵다는 문장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리는 늘 계획대로 완벽하게 통제되는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예고 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늘 우리의 예상을 빗나간다. 직선적으로 굴러가지 않는 예측 불가능한 삶이 오히려 기쁘다는 작가의 독특한 고백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던 나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바다에 엎드린 거대한 신의 형상 앞에서 손톱만큼 작아진 주인공의 독백은 거대한 운명 앞에 선 인간의 나약함을 대변하는 듯하다. 살아가면서 도저히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거대한 슬픔이나 무력감을 마주할 때면 나 역시 한없이 작고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작은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신을 흉내 내는 여섯 명의 아이들이 등장하는 세 편의 이야기는 방랑 파도부터 빗금의 논리 그리고 향자로 이어지며 여운을 남긴다. 각기 다른 상처와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서사는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어째서인지 계속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아 다시 첫 장을 펼치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이서아 작가는 그들의 아픔을 함부로 위로하려 들지 않고 그저 누구보다 능숙하고 섬세한 소설의 문체로 보여준다. 이제 곧 무언가를 보게 될 것이고 그것은 무척이나 아름다울 것이라는 추천사처럼 이 책은 슬픔 속에서도 반짝이는 삶의 아름다움을 조용히 발견하게 해 준다. 소설의 끝에 수록된 슬픔에 관한 소회라는 에세이는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깊고 따뜻한 시선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 주어 소설의 감동을 더욱 진하게 만든다.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인생의 시련 앞에서 한없이 작고 볼품없게 느껴지는 날 이 책을 펼쳐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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