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유통되는 『자본』에 대한 관심을 지닌 독자라면 많은 판본들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일부 개론서와 함께 읽는다면 『자본』을 파악하는 데 큰 무리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검수판은 시중 출판 및 유통된 것도 아닌, 오로지 개인 작업에 기반한 저작물임에도, 철저히 원문에 기초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기존 출판 회사들이 저작권을 고수하며 지식의 배타적 성격을 유지할 때, 그것이 오히려 자본 체제를 공고히 하는 기능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간과한 것과는 대조적인 지점이다.
더군다나, 『자본』이 난해했다는 이유가 당대의 정치경제학을 비판하며 자본주의 내적 모순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방대한 논리적 체계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대상을 막연히 현상하는 것과 그 내재적 원리와 법칙을 이해하는 것은 수준이 다른 문제이다. 모든 독서가 그렇지만, 스스로 물음을 던지지 않는다면 현상은 그저 당연한 것으로 수용될 뿐이다. 이처럼, 인간의 시각에도 많은 왜곡이 담겨 있기에, 이에 대한 과학적 비판과 논쟁 역시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그러한 점에서 필자의 『자본』은 새로운 이행을 위한 발판이자 도움으로 삼았으면 한다. 장난감을 조립할 때 초보자에게 설명서가 필요하다. 그것의 수준을 논하기 이전에도, 범람하는 판본과 개론서 속에서도 원문의 핵심에 다가갈 수 있는 안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외국어 문법 체계를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문장 구조와 단어 선택에 신중을 기한 것 역시 독서라는 행위가 지니는 필연적 노력에 따른 결과이다. 이는 본격적인 논쟁에 앞서 전수되는 과정에서 본질적 작업이기도 하다.
전문 용어는 최대한 풀어쓰고자 했다. 『자본』 본래 의도를 자의적으로 수정하지 않고, 가급적 원문에 충실하게 전달하는 데 주력하였다. 국가 체제로 고정된 자본주의에 내재한 모순은 현재까지도 노동자 생활을 압박하고 있으며, 자본가는 그 이면에 숨겨진 축적의 원리를 치밀하게 은폐해 왔다. 이는 ‘사적 소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본가 계급이 경제적·역사적으로도 개입하며 방대한 논리 체계를 구축해 왔음을 의미한다. 산업, 상업, 금융, 지대 자본 등 자본가들의 변모 과정을 추적하는 과정은 자칫 자본주의 정당화 논변에 대한 단순한 학술적 이의 제기에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 역시 또 다른 유산 계급의 논리로 포섭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본』이 제시하는 전반적 구조들이 단순한 개인의 논거가 아니라, 각국 자본주의가 내포한 현존하는 사실을 분석하는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 다가올 계급 투쟁을 준비하며,
세상에서 가장 소외된 노동자 여러분, 산업 재해 등으로 인한 유가족 분들, 그리고 재작년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바친다.
2026. 05.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