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라 하지메(木村元), 임경택 옮김, 『일본 학교의 역사』, 눌민, 2023(『學校の戰後史』, 岩波書店, 2015):
이 책은 일본 ‘근대 학교’의 성립과 한계를 볼 수 있는 준전문서적이다. 현재 학교는 글로벌화와 각종 질병 등의 외부적 요인과 학령인구의 절감, 뉴미디어의 발달 등의 내부적 요인으로 그 의미가 희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는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어느 위치에 놓여 있는지 성찰하고자 읽게 되었다.
유럽의 인쇄술과 교수학이라는 문화전달력과 산업혁명은 (근대) 학교를 만들어내었다. 이는 어원인 그리스어 ‘Schole’를 고려하면 (여가)생활로부터 분리되어 문화전달을 경험하는 시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에는 노동자를 양성하고자 공장 방식을 원형으로 하였다.
한편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위로부터의 근대화를 추진해오면서 국민 형성의 요청을 받았고, 그 강제력은 학교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 아울러 국가를 위한 국민 교육을 통해 정신구조로서의 천황제와 일본 군국주의를 완성시키는데 이바지하였다.
그러나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의 학교는 미국의 영향을 받으면서 남녀공학, 교육의 지방분권화, 교육 기회의 균등을 고려한 ‘6-3제’ 등을 도입하고, 민주주의 국가의 기초를 위한 시민 교육으로 전환되었다. 1950년대 이후 경제발전으로 취학을 전제로 하는 직장-가정-학교라는 순환적 학교화 사회와 정사원 남편에 가정을 돌보는 아내라는 가정의 생활기반을 구축시켰다. 하지만 이 과정은 무한경쟁의 수험체제를 정착시키고, 1990년대 거품경제의 붕괴와 장기불황으로 비정규직을 채용하며, 차세대 아이들의 만혼화, 비혼화, 저출산 경향이 강해지면서 가정이라는 단위의 재생산이 정체되는 위기에 이르고 경제적·정신적인 여유를 잃어버린 가정이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민주주의를 대전제로 한 글로벌 사회, 고도정보화 사회, 대중소비 사회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반면 학교는 그에 대한 새로운 공공성·공공 공간이 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재일한국·조선인, 화교, 재일중국인, 뉴커머(new comer)에 대한 교육은 미비하다.
이러한 일본 학교의 전후사는 한국 공교육이 밟고 있는 과거의 절차라고 생각된다. 아니 어쩌면 현실이거나, 미래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옮긴이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볼 수 있는 거울”(213쪽)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한국 공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문제 해결을 위한 모색이 절실하다. 물론 쉽지 않는 종합적 난제이다. 하지만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짧지도, 길지도 않는 시간 안에 망국(亡國)이라는 비극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할 말이 너무도 많지만 이는 차차 행동과 실험으로 옮기고자 한다.
"교육의 공공재"(191쪽)
"시대에 걸맞은 교사의 전문직성"(193쪽)
"시민성 교육"(173쪽)
"학교란 무엇인가?"(1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