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다 데쓰(岡田哲), 정순분 옮김, 『돈가스의 탄생』, 뿌리와이파리, 2006(『どんかつの誕生: 明治洋食事始め』, 岩波書店, 2000):
이 책은 메이지유신 이전 남만요리부터 쇼와 시대까지 ‘양식(洋食)’의 형성이라는 음식생활상을 고증한 대중서이다. 2016년 은사 조명제 교수님의 〈한국사특강〉을 수강하면서 알게 되었고, 2020년에 알라딘 대구동성로점에서 우연히 찾아서 구매하였다. 하지만 늘 정독 욕구를 억제하면서 할 일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는 핑계로 미루다가 드디어 올해 끝을 보았다!...
메이지유신 이후 ‘서양 콤플렉스’를 앓으며 그야말로 총괄적인 유신을 단행하였다. 한편 이러한 메이지유신은 ‘요리유신’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1869년 양돈정책의 일환으로 목우마계(牧牛馬係)를 설치한 후 정부와 지식인이 음식의 서구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기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쇠고기전골과 스키야키가 등장하고, 서양 요리를 일본화한 (정확하게는 쌀 중심의 음식문화에 부합하는) ‘일양절충요리’ 즉 ‘양식(洋食)’이 탄생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다이쇼·쇼와 시대에 와서 단팥빵, 카레라이스, 고로케가 등장하고 1929년에 와서 돈가스가 탄생하였다.
이상의 60년의 음식문화사를 전개하는 중간마다 어원 설명, 일본 병식론, ‘우스터소스’, 머스타드소스, ‘하야시라이스’ 등도 개괄하면서 단순한 음식문화사가 아닌 일반사와 자연스럽게 연관시킨다. 나아가 우리의 일상에서 숨겨진 이야기를 유익하게 알려주었다. 그래서 2000년에 초판이 발행하고 2006년까지 일본에서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가 되었나 보다. 나아가 중학교 〈역사①〉 교과서나(2018년 개정 교육과정 하에 만들어진 7종 교과서 중 ‘비상’(169쪽)과 ‘금성’(166쪽)에 소개되고 있음), 고등학교 〈동아시아사〉 교과서에 돈가스를 소개하는 것도 이 책의 영향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그러나 이 60년 음식문화를 “국적 없는 식탁”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일본인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잡식성이 강한 민족”(264쪽)이고, “음식에 대한 주체성이 없기 때문에, 전 세계의 음식을 흡수하고 동화해서 향유하는 기술이 생긴 것이다.”(265쪽)라고 말한다. 반면 “중국과 한국의 민족요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고, 외래문화의 영향을 받은 양식도 출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현실적인 여건 때문인지) 서구라는 중심과 중국이라는 부중심을 무대로 해서 시대착오적인 ‘세계사’라는 범주에서 음식문화사를 전개하면서 정작 한국의 비중은 ‘집도야지’(187쪽)라는 표현을 소개하거나, “한국에는 일본이 통치한 불행한 시대에 카레라이스가 보급”(264쪽)되었다는 내용이 전부이다. 저자의 문제의식 범주를 탓해야 하나. 자료의 한계일까. 일본의 화혼양재(和魂洋才)를 너무 찬양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일까. 좀 더 공부하게끔 자극을 주는 것일까. 내가 예민한가.
한편 1931년생인 저자는 21세기가 정신이 중요시되고 풍요로운 시기라고 하며 즐겁게 지켜보고 있다. 과연 일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지는 의문이 들지만.. 먹방이 시대 사조의 주류 중 하나인 지금!... 그냥 먹는 행위에 무게를 두는 것보다 지적 호기심을 가지면서 먹으면... 유익한 삶을 향유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상식과 지식을 등한시하면서 수학과 과학에는 만능주의를 외치는 지금!... 근본 없는 수용·수입은 오래가지 않을 거라는 모리 린타로(森林太郞(鷗外), 일본생, 1862~1922)의 지적(84쪽)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는 바이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려서 학교를 떠난 지 9년이 지나도 가르침을 주시는 은사 조명제 교수님께 감사 인사를 올린다.
"그 음식들에 대해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지는 의문이다."(273쪽)
"새로운 것을 보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수백 년 동안 좋다고 여겨온 풍속습관에는 반드시 무언가 뛰어난 것이 있게 마련이다."(84쪽)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일침을 가하는 말이다."(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