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타니 히로시(三谷博) 외, 강진아 옮김, 『다시 보는 동아시아 근대사』, 까치, 2011(『大人のために近現代史 19世紀編』, 東京大學出版會, 2009):
일본에서 성인부터 고등학생까지 독자층으로 잡고 출판된 첫 동아시아사라고 자부하고 있는 대중서적이라고 소개하지만 그 수준을 고려해볼 때 전문서적이다. 그래서 공간적 범주는 동아시아이고, 시간적 범주는 19세기로 잡아서 전개하였다. 청, 조선, 일본과 함께 아메리카의 태평양 진출, 러시아의 동향, 영국의 대응 등을 조밀하게 연관시킨 국제관계사를 전개하고 있다. 이 점에서는 각국에서 근대에 대한 이미지가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있고, 한국이 모르는 근대사의 상이 있다는 것도 관심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너무 경제사 중심적이지만) 국제 공공재(조약, 무역, 회계 등등)나, 공통적 근대 체험이라는 영감을 제시한 것은 후대 동아시아사 연구에 유익한 자극을 주었다고 할 수 있겠고, 동아시아 시민들의 공통 지적 기반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일본사를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좋지만) ‘동아시아 속 일본사’라고 생각될 정도로 당시 일본의 사정을 조밀하게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세계사에서의 일본사 위상을 은근히 부각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현실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사의 비중이 너무 적다. 이러한 내용으로 ‘동아시아사’라고 자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역사를 그릴 때에, 국가 단위의 대립이나 전쟁의 역사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동아시아의 공통 체험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시도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361쪽)
"자국의 관점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관점도 이해하면서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가야 할까."(6쪽)
"인간의 일생을 뛰어넘는 장기적인 문제를 과연 인간이 진지하게 사고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인간에게는 무리일까? 많은 사람들은 유코쿠(藤田幽谷, 일본생, 1774~1826)가 비판하듯이 장기적인 문제를 간과하고 그날그날을 즐겁게 사는 길을 택할 것임이 틀림없다."(102~1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