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zazaie의 독서일기
  • 제국 지식인의 패러독스와 역사철학
  • 신현승
  • 9,000원 (10%500)
  • 2015-12-07
  • : 60

이 책은 일본이 만든 '동양'이라는 허상과 그에 대한 학문적 지식들의 성격을 대략 규명하는 준전문서입니다.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2부에서는 나이토 토라지로(内藤虎次郎, 일본인, 1866~1934)를 중심으로 그의 패러독스(paradox, 逆說)와 역사철학을 주제로 논하고 있습니다. 그의 '시대구분론'(근세설), '당송변혁론'은 모두 '문화중심이동설'에 근거하였습니다. 그는 교토제대의 사학과 교수가 되기 전에 저널리스트였습니다. 그래서 포퓰리즘적인 기질을 버리지 못하였고, 자국의 역사를 강조하여 우월성을 확인하는 아주 그럴싸한 학문적 이론을 제기하였습니다.

3부에서는 나이토 토라지로와 함께 동양사학과의 양대산맥인 시라토리 쿠라키치(白鳥庫吉, 일본인, 1865~1942)와 비교를 하였습니다. 시라토리 쿠라키치는 도쿄제대 사학과 교수로, 만철과 동양문고를 고안해낸 전형적인 제국 지식인이다. 그의 '남북이원론', '비교문화학'... 이것은 나이토 토라지로의 동양사학과 차이는 있지만 결국 자국사를 강조한다는 것에는 크게 변함이 없습니다. 즉 표면적으로 문헌고증사학으로 나름 밝힌 것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일본식 아시아주의를 위한 학적 이데올로기였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학문과 정치가 유착한 '정학유착(政學癒着)'... 우리는 이것을 알고 경계해야 합니다. 명심합시다! 후대를 위해서!...

1~3부에서는 중국을 학문을 통해 폄하하여 '동양'이라는 허상을 만들고, 일본을 강조하였다면 4, 5부에서는 니시 아마네(西周, 일본인, 1829~1897)와 중국의 양명학으로 일본의 근대를 이루었다는 반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니시 아마네는 한학적 소양과 주자학적 지식을 갖춘 학자입니다. 더군다나 당시 도쿠가와 바쿠후(德川幕府)에서 그를 채용하고, 네덜란드 유학까지 보내서 근대 지식까지 섭렵하였습니다. 오늘날 '철학', '분석'.,, 등 동아시아 근현대 학술개념어를 만드는 데 기여한 인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보듯이 주자학적 지식을 필터로 근대 지식을 섭렵하여 학술개념어를 도출하였습니다.

5부에서는 주자학의 계서제적 질서와 양명학의 지행합일(知行合一) 등이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다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자는 자신의 스승인 고지마 쓰요시(小島毅, 일본인, b1962~)의 "중국 문화야말로 메이지시대의 정신적 지주였다"라는 인용구를 설명하였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명저인 스테판 다나카(Stefan Tanaka), 박영재·함동주 옮김, 『일본 동양학의 구조』, 문학과지성사, 2004(Japan's Orient: Rendering Pasts into Histor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3.)가 떠오릅니다. 신현승의 저서는 저 책보다 완벽하진 않고 가끔 반복되는 문장도 있지만 확실한 개념 설명과 일본 근대학문에서의 중국 폄하와 이용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일본중심주의(우월주의), 일본문화 우월주의, 더 나아가 제국주의, 혹은 패러독스에 의한 에스노센트리즘의 구현 및 궤변의 역사철학"(10쪽.)

고지마 쓰요시(小島毅, 일본인, b1962~): "중국 문화야말로 메이지시대의 정신적 지주였다"(186쪽.)

"어느 한 시대를 살다간 지식인들의 사유 양식은 필연적으로 시대 상황과 그 시대가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요구하는 시대정신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시대를 초월하는 사유 양식을 소유했던 지식인들도 존재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시대의 환경에 의해 제약받는다. 역사관 또한 마찬가지이다."(59쪽.)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