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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zaie의 독서일기
  • 그 여름의 끝
  • 이성복
  • 10,800원 (10%600)
  • 1990-06-01
  • : 8,479

이성복, 『그 여름의 끝』, 문학과지성사, 1990은 이성복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자, 저에게는 아주 의미있는 시집입니다. 

"따뜻한 비관주의"는 온데간데 없고 사랑을 노래하는 사람의 감정이 넘쳤습니다. 한 편씩 읽으며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였던 여학생을 생각하였습니다. 제가 즐겨 마시던 홍차 티백, 그 친구를 생각하며 쓴 자작시들, 2주일 간 고민해서 쓴 편지, 새로 산 이 시집, 그 안에 집 근처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선물꾸러미에 넣고 고백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그 친구를 음악실에 불러서 그녀에게 준비한 선물꾸러미를 주면서 좋아한다고 소리쳤었습니다... 2주 좀 넘어서... 그녀는 저의 외침에 대해 정중히 거절하였습니다. 선물꾸러미를 다시 주려고 하였지만 저는 그 진심만큼은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부탁하였습니다. 그 후 집에 덩그러니 남겨진 저의 이 시집을 그 해가 끝나기 전에 다 읽었습니다.

그녀를 생각하며 사랑과 고통을 함께 느끼며 덮은 시집... 그렇게... 저는 청소년기의 마지막을 보냈었습니다... 이후 다시 도서관에서 만나 2시간 정도 찻집에 함께 있었지만... 어린 저는 그녀를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가끔씩 펼쳐 한 편씩 읽다 보면 설레었던 그 날들이 생각납니다. 좋아했던 그 해부터 약 8년 동안 그리다가 이젠 제 인생에서 아프지 않는 추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저 그 친구가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그녀에게 이야기합니다. 잘 가... 다신 보지 말자......

"당신이 계실 자리를 위해 / 가보지 않은 곳을 남겨두어야 할까봅니다 / 내 다 가보면 당신 계실 곳이 남지 않을 것이기에"(13쪽.)

"봄부터 여름까지 내게서 피어난 것들은 당신의 흔적이었습니다"(63쪽.)

"나의 괴로움, 당신의 형벌일 줄 몰랐습니다"(66쪽.)

"때로 기다림이 길어지면 / 원망하는 생각이 들어요"(71쪽.)

"내게서 당신이 떠나가는 날, 나는 처음 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85쪽.)

"내게 남은 것은 다 외로움이었습니다"(87쪽.)

"언제나 끝났다고 생각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었지요"(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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