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에서의 한국사, 특히 식민지 시기의 경우 정치·경제·사회의 모습을 보는 데 있어서 일제의 억압 VS 식민지조선의 저항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만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만' 알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20세기 말에 이르러 소련(USSR)이 붕괴되고 독일도 통일하면서 사회주의권이 와해되고 냉전이 종식됩니다. 이와 동시에 세계화(Globalization)의 분위기가 흐릅니다. 그 동시에 이전의 유럽과 아메리카 중심의 세계, 제국주의 팽창으로 인한 제국과 식민지의 관계 등 기존의 '중심'에 대한 회의(悔疑)와 '주변'도 조명하자는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사조로 이론들의 범주가 넓어혀지기 시작합니다. 그 가운데 '트랜스내셔널리즘(Transnationalism)'도 출현합니다.
'트랜스내셔널리즘'은 기존의 국민국가의 개념에 의거한 일국사적 사고에서 벗어나 지구화를 새롭게 접근하고 생각하자는 사고체계입니다. 역사학도 그 분위기 속에서 기존의 '수탈-저항'에서 벗어나 다양한 역사상을 조명합니다. 최혜주 편, 『일제의 식민지배와 재조일본인 엘리트』, 어문학사, 2018도 그 예의 전문서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최혜주 편, 『일제의 식민지배와 재조일본인 엘리트』, 어문학사, 2018에서는 재조일본인, 즉 당시 식민지조선에 머물렀던 일본인들의 삶을 조명한 참신한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이 때 총독부 관료를 연상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외의 언론인, 교육자, 군인, 정치가, 사업가(지주), 관료의 활동을 주목하였습니다. 한마디로 '억압-저항'의 틀에서는 전혀 볼 수 없어서 오히려 낯선 존재를 볼 수 있는 기회라는 것입니다.
저는 그들에게서 크게 3가지를 보았습니다. 1) 한 명 한 명 알아갈 때마다 새로운 존재들과 일본 근·현대사의 일부를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2) 전체적으로 그들은 식민지조선에 머물면서 개인의 영달을 채우고 일본 제국주의의 생각을 대변해주는 모습도 내비칩니다. 또한 3) 그들의 직업은 지금에도 꽤나 영향력이 있지만 그 당시에는 더더욱 있고, 그것이 식민지 지배의 일환으로 쓰이는 것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한편으로 '억압-저항'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결국 그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신민(臣民)으로서 식민지조선을 이용하거나, 일본 제국주의의 팽창을 대변하는 모습만 보인다는 것입니다. 후세 다츠지(布施辰治),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 등 식민지조선을 옹호하였던 일본인들도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를 통해서 무조건 일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야에서 벗어나 일제와 일본을 따로 보는 관점이 요망됩니다. 아울러 재일조선인도 조명하여 그들의 삶도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로써 '억압-저항'이라는 '중심'적 틀과 '주변'의 새로운 존재들을 함께 알아가는 다원적인 역사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강하게 합니다.
‘트랜스내셔널 인문학(Transnational Humanities)‘(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