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바닷가에 가면 바다보다 먼저 우리를 반기는 것들이 있다.
바로 길게 늘어선 횟집이다.
회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느 곳을 가야할 지 막막함이 앞선다.
물론 행복한 고민이다.
한 끼 식사 값으로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고급 횟집부터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한 번쯤 가보기엔 괜찮은 횟집도 있고,
줄이 길게 서 있는 유명 횟집이 있는가 하면,
낡고 허름한 횟집까지 한데 모여있다.
그런데 이제 막 문을 연 듯한 작은 횟집이 하나 눈에 띈다.
간판은 있는데 손님이 없다. 그래도 주인장이 젊고 활력있어 보인다.
이렇게 많은 횟집 사이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손님 입장에서는 괜한 걱정까지 든다.
여러 횟집을 많이 다녀본 사람으로서 한 번쯤
이런 가게에 도전하고 싶을 때가 있는 법.
주인장의 용기를 칭찬하며 그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식당에 들어가니 주인장이 반긴다.
문을 열어놓고도 한동안 손님이 없었는지 수다스럽게 말을 걸어온다.
이 횟집을 어떻게 열었는지, 횟감은 어떤지 등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기 바쁘다.
어깨에 힘이 잔뜩 실려있는걸 보니, 회 뜨는 실력에 자신이 있는 듯 하다.
어떤 회를 내어올지 기대가 점점 커진다.
횟집이 다양한만큼 회 역시 종류가 다양하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복어회부터 오래 삭혀야 맛이 나는 홍어회,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광어회, 독특한 식감의 고등어회 까지.
이것 뿐인가. 물회, 세꼬시, 회덮밥, 회냉면 등등.
그런데 주인장이 내온 접시를 보니 커다란 생선 한 마리가 놓여있다.
아가미가 팔딱거리고 꼬리에는 힘이 넘친다. 아주 싱싱해 보인다.
주인장은 접시 위에 놓인 생선을 칭찬하며 먹어보라고 권한다.
이 생선을 어떻게 잡아왔고, 이 생선이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등을
그침없이 설명하면서.
회를 먹으러 온 손님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아무리 좋은 횟감일지라도 내장을 손질하고 칼로 썰지 않으면 회가 될 수 없는 법.
아무래도 주인장은 그 사실을 잘 모르는 듯 하다.
좋은 횟감이라면 당연히 맛있는 회가 되리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회 가격이 다른 횟집들과 비슷하다. 왠지 속은 기분마저 든다.
주인장은 손님이 어떤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대화 보다는 그저 일방적으로 들어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손님이 기대한 것은 고급 횟집의 맛도, 대중적인 횟집의 맛도 아니었다.
그저 호기롭게 문을 연 주인장의 열정적인 회 뜨는 솜씨를 보고자 했을 뿐.
충분한 담금질이 느껴진다면, 거칠고 투박한 맛은 감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인장은 펄떡이는 횟감을 들이밀며 얼른 먹어보라고 말할 뿐이다.
손님은 빨리 나가고 싶다.
발길을 돌리며 식당 문을 나서는 손님은
주인장에게 이렇게 묻고 싶어진다.
좋은 횟감이 맛있는 회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하겠습니까?
다른 횟집과 차별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겠습니까?
횟감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그저 맛있는 회로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최근에 문을 연 다른 횟집에 대해 시장 조사는 얼마나 했습니까?
이 횟집에 더 많은 손님이 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고, 또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까?
나는 위 글이 이 시집에 대한 좋은 비유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