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에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붙여진지 꽤 지났다. 그동안 여러가지 일이 일어났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에 화답하는 대자보가 붙여지기도 하였으며 별로 찬성하지 않는다는 논지의 대자보가 붙여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김치녀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붙여지기도 하였다. 나도 이 시류에 편승해 대자보 같은 것을 붙일 용기는 없지만 서평 제목으로 '안녕들하십니까'를 붙이고 싶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을 주장한 이래로 많은 경제학자들이 모습을 들어냈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나타났다. 그 중 장하준이 이 책에서 말하는 '그들'이란 자유시장경제학자들을 말한다. '작은 정부'를 외치고 설파하는 그들의 문제점을 장하준은 조목조목 지적한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그러니까 그들의 오류는 23가지나 된다는 말이다. 그 중 우리가 그들의 세뇌로 인해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도 상당수 존재한다. 예를 들면 'thing9 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던지 'thing 13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던가 'thing15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자 나라 사람들보다 기업가 정신이 투철하다'같은 것들이었다. 이 챕터 하나하나 장하준씨의 논리를 들어보면 그들의 세뇌로부터 내가 당하고 있었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나는 진보주의저인 성향을 띄면서도 큰 복지정책에는 반대를 했던 사람이었다. 그 이유는 너무 큰 복지정책을 쓰다보면 사람들이 게을러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장하준씨가 하나하나 열거해준 통계와 과학적인 분석에 따르면 그 생각이 틀렸음은 물론 그 생각 역시 자유시장경제학자들의 세뇌의 결과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장하준씨가 내놓은 통계가 너무 많아 직접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책 속 구절 <상당한 양의 물이 밑으로 내려오기 위해서는 복지 국가라는 이름의 전기펌프가 필요한 것이다>(196p)에 책을 완독한 나는 항복(찬성 및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복지정책을 철저히 밀고 있는 나라들이 오히려 경제성장을 더 이루고 있는 이 확실한 통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나는 장하준씨가 말하는 결과의 균등에도 찬성하게 되었다.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것 뿐만 아니라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했을 때 어떤 아이의 발에 모래주머니가 채워져 있지 않도록 하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는 그의 논리에 수긍하게 되었다. 기회 뿐 아니라 '결과' 즉 소득(돈) 같은 것들도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되었을 때 비로소 같은 '균등'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민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의 각 챕터마다 말머리에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그들'이 이렇게 주장한다며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라고 그들의 주장들을 늘어놓는다. 다음 구절에 그들이 믿고 싶지 않거나 숨기고 싶어하는 진실을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라며 덧붙여 놓는다.
본질에 호도되지 않고 똑바로 보고 살아가는 것은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나 뿐만 아니라 그렇게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좋은 표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정녕 안녕들 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다면 나라도 설득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