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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 이원재
  • 12,600원 (10%700)
  • 2012-02-20
  • : 1,077

 2013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기업의 '탐욕'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 대형마트 이마트에서 1인 시위 중인 이마트 노조위원장 전수찬씨를 폭행하는가 하면 노조 시위 대응 메일을 보내 조직적으로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사찰까지 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발끈했고 이마트 불매운동도 벌어졌다. 기업의 탐욕이 얼마나 무서우며 어디까지 심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대사회의 가장 큰 병폐가 바로 탐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를 시작으로 골드만 삭스와 같은 거대 증권회사를 필두로 이마트 사측에서 벌인 것과 같이 조직적으로 탐욕의 씨앗을 뿌리고 키워 현대인들을 탐욕이라는 가치로 세뇌시켰다. 탐욕의 씨앗을 뿌리고 키워 놓았더니 그 다음은 세뇌된 사람들끼리 알아서 잘 탐욕을 키워갔다. 그리고 그 탐욕의 정도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렸다. 여기저기서 탐욕의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정점은 2008년 발발해 지금까지도 세계에 막대한 손실과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세계금융위기였다. 이처럼 탐욕의 시작과 원인. 발전과 결과. 그리고 미래에 대해 조명한 책이 바로 이원재씨가 쓴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이다.

 

 

 이상한 상식은 대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야 모두에게 좋다는 이야기에서 정점을 찍는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직원들과 협력업체들에게 흘러내려가며 부를 나누어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일단 부자가 많이 벌어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가르침도 있다. 지갑을 열어 소비를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말 대기업이 번 만큼 일자리를 창출했는지, 부자가 지갑을 열어 부가 분배되었는지는 누구도 입증하지 못했다. (11p)

 

 이 책은 11페이지라는 책의 시작 부분부터 강한 메시지를 남긴다. 대기업이 잘 벌어야 그 혜택이 우리에게도 전해진다는 그야말로 이상한 나라의 경제원리가 사실은 누구도 입증하지 못한 원리라는 것이다. 이런 원리 말고도 여러가지 원리가 사실은 큰 오류가 있고 틀린 것이 많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피력한다. 그 오류 중에 가장 대표적인 오류가 덩컨 폴리 교수가 이름 붙인 '애덤의 오류'다. 애덤의 오류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기심은 그 자체로 윤리적이다'라는 논리가 오류라는 것으로 이 애덤 스미스의 주장 덕분에 많은 폐해가 생기게 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출발선이 '경제는 다르다'논리다. 뉴스나 인터뷰를 보면 기업인들이 은근히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바로 '기업과 사회는 다르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니 저러니 같다 붙여도 저 말의 핵심은 경제를 위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윤리적 프레임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사고방식이 애덤의 오류 덕분에 현대인들에게 뿌리 깊게 자리잡은 경제 인식 병폐일 것이다. 그리고 이 병폐는 생각보다 심각해서 윤리와 경제를 분리해 생각함으로써 마땅히 경재인에게 들이댔어야 할 잣대를 들이대지 못하게 만들었다. 애덤 스미스의 학설은 당시 큰 반향을 이르켰고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저자의 말처럼 고분고분 애덤 스미스의 학설을 인정하기는 힘들 정도로 유효기간은 끝나가고 있다.

 

 처음 같은 선에서 출발해도, 문제는 성장한 뒤에 다시 나타난다. 보수주의 경제학자들은 경제성장이 자동적으로 평등한 분배를 낳는다고 역설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부나 사회의 힘이 개입되지 않고는 분배가 일어나지 않았다. 가장 시장주의적인 정책을 펼친 1980년대 이후 미국에서 벌어진 일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21p-122p)

 

 

 2011년에 일어난 일이지만 지금도 알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비웃음을 사는 한 일례가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자녀의 신규 인력 채용 우대에 합의했다. 사실상 자신의 직업을 아들 딸들에게도 물려주게 되는 합의다. 경제성장이 과연 평등한 분배를 자동적으로 이룰 수 있을까? 2011년 현대자동차 노사의 합의만 봐도 알 수 있다. 더 폐쇄적으로. 자기들만의 리그로 변화해 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결코 모든 평등한 분배가 아닌 부의 쏠림 현상이 노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매출이 늘어도 대기업은 일자리 창출에 뒷짐이었다. 그리고 이 논리는 내 자신의 '복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무조건적인 퍼주기 복지는 안 되겠지만 위의 내용대로 정부와 사회의 힘이 개입되지 않고는 부의 분배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정부나 사회의 힘을 빌려 부의 분배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전체 행복에 도움이 된다면 말이다.

 

 

 나는 이원재씨가 제시하는 개선책에 대해서 상당 부분 동의하는 편이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협동소비, 기업들의 사회책임 경영과 탈성장은 현재 현대지구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어쩔 수 없는 최선책일지도 모른다. 특히 '탈성장'은 현대 지구인들에게 더이상 선택을 하고 말고를 떠난 필수불가결의 반드시 내세워야만 하는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환경적 가치다. 탈성장을 내세우지 않은 국정운영은 멀지 않은 미래에 파국으로 끝나는 지름길임을 이제 많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최근 많은 연구에서 끊임없이 확인되느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사람들이 돈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는 돈으로 환원되지 않는 가치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가치에 따라 많은 의사결정이 내려진다는 사실이다. (270p)

 

 돈은 효용 그 자체일 수는 없다. 인간에게 돈만이 모든 가치일 수 없다는 소리다. 이기심을 쫒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이타심에 이끌리는 것도 인간의 본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돈 그 자체가 주 목적이 아닌 기업들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공공선(公共善)이라는 단어가 있다. 개인을 포함한 공동체 전체를 위한 선(善), 즉 공익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며 생각한 것은 공공선을 잘 지키면 지금보다 행복하면서 평등하게 부가 창출되고 분배되는 세상이 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원재씨도 아마 이런 생각을 밑바탕으로 두고 이 책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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